2010년대 남유럽 재정위기 돕던 국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119% 폭등
집권 여당 의회 과반 실패에 개혁 지지부진
끊임없는 시위에 재정확대 부담만 커져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고교생들의 시위가 4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생활비와 연료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노동자와 ‘노란 조끼’ 운동 참가자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에 합류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전국에서 55만 명 이상이 이날 시위에 참가했다고 집계했다. 파리ㆍ마르세유ㆍ리옹 등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방화와 약탈이 잇따랐고 이를 진압하기 위한 최루가스와 물대포가 동원됐다.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재정 건전화 지연을 초래하는 정치적 불안이다.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 여당은 연금 개혁 등 고통이 따르는 개혁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시위가 계속되면서 재정지출 확대 압력마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투자자들을 인용해 프랑스를 ‘유럽의 새로운 병자’라고 혹평했다. 최근에는 2010년대 남유럽 재정위기 중심에 섰던 ‘PIIGS(포르투갈ㆍ아일랜드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를 빗대 ‘FROGS(비대해진 프랑스 정부와 사회보장·French Oversized Government and Social Security)’라고 비꼬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반대로 가고 있다. 내년 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인하를 주장하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권인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은 채무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두 사람 다 시장이 요구하는 긴축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우려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연 5%에 육박하면서 24년 만의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 격차는 2일 한때 1.50%포인트(p)까지 확대됐다.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기록한 5~6%p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2011년 기록했던 1.9%p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정치적 지도력의 약화가 금융 충격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프랑스 상황이 2010년대 유로존 재정위기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그리스에선 2009년 정권 교체 후 과거 재정적자 규모가 축소 보고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채 매도세가 확산했고 이후 국가채무가 많고 개혁이 지연되던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다른 유로존 국가들로 불똥이 튀었다. 결국,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아야 했고 스페인도 유럽안정화기구(ESM)에 손을 내밀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제 프랑스는 과거 PIIGS 국가들보다 더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됐고 상황은 당분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수십 년간 지속한 재정적자와 꾸준히 늘어나는 부채로 인해 시장은 프랑스의 위험에 새로운 가격을 매기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