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효율성·투명성 고려해 신중 검토"

사립대학이 정부 재정지원사업비로 2000만원 초과 물품·용역을 구매할 때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을 사실상 강제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전자구매시스템을 활용하면 구매 비용과 행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도 나라장터 이용 의무에 막혀 이런 절감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학들은 조만간 교육부에 나라장터 이용 의무를 완화하고 민간 구매를 허용하도록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교육부에 민간 전자조달시스템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다. 사총협은 나라장터보다 민간 전자구매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구매 비용과 행정 부담을 줄이는 데 유리할 수 있는데도 한국연구재단이 나라장터 이용을 요구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지침' 제21조에 따르면 사립대학이 대학혁신지원사업 등 국고보조금으로 추정가격 2000만원을 초과하는 물품이나 용역을 구매할 경우 조달청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계약을 위탁하거나 나라장터를 이용해야 한다. 사총협 관계자는 "자체 전자구매시스템이나 민간 전자조달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이를 대체 수단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나라장터의 가격 경쟁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앞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실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나라장터 납품 요구 계약 2만3246건을 분석한 결과, 81.1%인 1만8860건이 시중가격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가와 납품가의 차액은 총 5628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문제는 사립대학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사총협에 따르면 주요 6개 대학이 2023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민간 전자구매시스템을 통해 진행한 거래 1만2549건의 예정가격은 총 4270억원이었지만 실제 낙찰금액은 3764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쟁입찰 등을 통해 예정가격 대비 506억원(11.85%)을 절감한 셈이다. 사총협 관계자는 "2023년부터 2026년 1분기 까지 예정가격이 있는 건에 대해서 절감액 및 절감율을 파악한 수치"라고 밝혔다.
대학 현장에서는 행정 비효율도 문제로 꼽는다. 영남권 A대학은 2000만원 이하 구매에는 자체 전자구매시스템을 사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국고보조금 구매에는 나라장터를 이용하고 있다. 구매 금액에 따라 두 시스템을 병행해야 해 담당자의 업무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호남권 B대학은 자체 전자구매시스템을 통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비를 집행했다가 감사에서 나라장터 미사용을 지적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이 자체 시스템으로 구매 절차를 관리하더라도 정부 지침에 따른 조달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문제가 된 것이다.
법적 근거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사립대학은 국가계약법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지침과 교육부 국고보조사업 관리규정에 따라 나라장터 이용 의무를 적용받고 있다. 반면 정부는 올해부터 경기도와 전북특별자치도를 대상으로 전기·전자제품 118개 품목의 나라장터 의무구매를 선택구매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는 구매 자율성을 확대하면서 사립대학에는 기존 의무를 유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총협 관계자는 "나라장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대학에도 편리하고 비용 측면에서도 이득인데 이를 강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학이 비용과 행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매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획예산처의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지침 제21조에 따라 추정가격 2000만원을 초과하는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은 조달청장에게 위탁하거나 나라장터를 통해 체결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예산 집행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규정인 만큼 제도 개선 여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