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불안 무서워 재건축 늦추면 3~5년 뒤 집값 더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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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이주대책 토론회서 공급 지연 부작용 경고
"전셋값 상승은 단기적…수도권 공급 연계해야"

▲13일 오후 서울시청 지하 서울갤러리에서 열린 한국도시부동산학회 '정비사업 이주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이난희 기자 @nancho0907)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이주에 따른 전·월세 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비사업 속도를 늦추면 오히려 3~5년 뒤 집값과 전셋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이주 수요가 몰리는 지역은 별도로 관리하되 주택 공급을 늦추기보다 수도권 신도시와 연계해 이주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13일 오후 서울시청 지하 서울갤러리에서 열린 한국도시부동산학회 토론회 '정비사업 이주대책,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이주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을 논의했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당장의 전·월세 불안을 잡겠다고 사업을 늦추면 3~5년 뒤에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폭등할 것"이라며 "오늘의 정비사업 인허가가 내일의 착공을 만들고, 3~5년 뒤 입주 물량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인허가가 한 달 지연될 때 약 3000억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사업이 늦어질수록 조합원 분담금과 분양가가 오르고 사업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안으로 3기 신도시 공급 확대를 제시했다. 정 교수는 3기 신도시 일부 지구의 평균 계획 용적률을 약 194%에서 300%로 높이면 6만3677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늘어난 물량 일부를 정비사업 이주민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신도시 입주 시기와 정비사업 이주 시기를 연계하자는 제안이다.

정비사업 이주에 따른 전셋값 상승은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정섭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국내 관련 연구 약 10편을 검토한 결과 이주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이 주로 이주 전후 2~3개월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잠실주공4단지와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사례에서도 이주를 앞두고 전셋값이 올랐다가 이후 안정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김 교수는 서울시의 2031년까지 정비사업 착공 목표 31만 가구를 토대로 이주 수요도 추산했다. 2027~2031년 연평균 5만6000가구가 착공하고 기존 주택 멸실 비율을 약 76%로 가정하면 연간 약 4만2000가구가 이주한다. 이는 서울의 최근 3년간 연평균 전·월세 거래량 약 64만 건의 6.6% 수준이다.

기존 연구의 임대가격 탄력성을 적용하면 단기 임대가격 상승 폭은 약 1.3~5%로 추정됐다. 김 교수는 "준공 전후 정비사업에 따른 주택 공급의 가격 안정 효과는 대부분의 연구에서 확인되는 만큼 공급 확대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전체 철거 물량만으로 이주 부담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비사업이 일부 자치구에 집중돼 있고 이주 지역도 주택가격과 직장, 생활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 전체 합계만으로 지역별 이주 부담을 판단할 수는 없다"며 "가격과 생활권별로 주택시장을 나눠 수도권 전체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 이동하는 수요까지 고려하되 이주 수요가 집중되는 일부 지역에 한해 사업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현행 이주대책을 보완하려면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토지보상법과 도시정비법에 주거 이전비·이사비 지급, 임시거주시설과 순환형 주택 등 이주대책이 이미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임시거주시설과 순환형 주택이 정착되지 못한 것은 서울시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 미비 때문"이라며 "정비사업에 공공성을 요구한다면 공공도 그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주택 공급량을 기준으로 정비사업 허용 물량을 제한하는 방식에 대해 "정비사업의 복잡한 구조를 단순한 계산으로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이주로 주거 불안에 노출되는 주민을 파악해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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