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탄 바트 BD&L 글로벌 총괄 인터뷰 “한국과 협력 기회 계속 검토”

“글로벌 제약사와의 사업개발 미팅은 짧습니다. 첫 논의에 주어지는 시간은 대개 30분에서 1시간입니다. 이 안에 기술의 작동 원리와 차별성, 개발 가능성을 설득해야 합니다.”
라탄 바트(Ratan Bhat)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오의약품 사업개발 및 라이선싱(BD&L) 글로벌 총괄은 최근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핵심 주장을 뒷받침하는 그래프 하나가 한 슬라이드에 그래프 열 개를 담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첫 발표에서 모든 정보를 쏟아내기보다 상대가 기술의 검토 가치를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외부 혁신 기회를 살필 때 우선하는 기준은 타깃과 질환 사이의 연관성이다. 타깃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면 유전학적 근거와 임상 데이터, 과학 문헌 등을 제시해야 한다. 이미 알려진 타깃이라면 기존 치료제보다 유효성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항체, 저분자 화합물, 리보핵산 간섭(RNAi) 등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가 설득력 있는지가 중요하다. 기존 치료제가 있는 영역에서도 경구 투여가 가능하거나 다른 약물과 병용해 환자에게 추가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등 새로운 타깃을 공략할 플랫폼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후보물질의 품질과 데이터의 신뢰성도 따진다. 항체라면 인간화 여부와 원하는 특성을 갖췄는지, 추가 최적화가 가능한지 등을 살핀다. 특히 설치류 세포주뿐 아니라 인간 세포에서도 근거가 확인됐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초기 결과가 향후 임상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개발 초기부터 환자와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제시하는 일도 필요하다. 후보물질이 어떤 환자에게 쓰일지, 경쟁 치료제와 어떻게 다른지, 실제 의약품으로 개발될 수 있을지를 설명해야 한다. 바트 총괄은 “바이오테크 기업은 다음 개발 단계로 자산을 진전시키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글로벌 제약사는 임상 개발과 상업화까지 전체 경로를 검토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한계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도 협상의 일부다. 어떤 동물 모델과 인체 연구에서 데이터를 얻었는지, 결과에 어떤 한계가 있는지 공개해야 파트너가 위험을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바트 총괄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협상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계약의 성공 여부도 총액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후보물질이 개발 단계에서 진전하고 위험을 줄여 실제 마일스톤 지급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그는 “계약 규모가 크더라도 프로젝트가 6개월이나 1년 뒤 실패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강점으로는 우수한 의료기관과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역량을 꼽았다. 연구자 임상은 특정 기전이 환자에게 실제로 작동한다는 초기 근거를 제공해 개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국내 기업과 협력 중이다. 에즈큐리스와 단백질 간 상호작용 억제제를 연구하고, 갤럭스와는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 생물학 및 구조 연구 협력을 진행했다. 바트 총괄은 “한국에서 혁신 기술과 과학적 전문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한국 기업과의 협력 기회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