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기관 출자 확약 이후 민간 자금 확보가 펀드 결성 관건

국민성장펀드 출자사업이 본격화하면서 기존 정책금융기관의 출자사업에 선정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자금 모집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대규모 정책자금을 공급하면서 민간 기관투자자(LP)의 관심이 국민성장펀드로 이동할 경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출자 확약을 받은 운용사들이 민간 매칭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공급 목표는 7조원을 웃돈다. 일반정책성펀드 6조7300억원과 국민참여형펀드 7200억원으로 구성된다. 국민성장펀드의 간접투자는 민간 운용사를 통해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운용사는 출자사업에서 GP로 선정된 이후 투자전략에 맞춰 펀드를 운용한다. 이 과정에서 펀드 유형별 출자 조건에 따라 민간 자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기존 정책 출자사업에 선정된 운용사들도 민간 LP를 대상으로 자금 모집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한국성장금융 등 정책금융기관은 별도의 출자사업을 통해 국내 운용사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출자사업에 선정된 GP 역시 정책 출자금만으로 목표 펀드 규모를 채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국민성장펀드가 새로운 출자 수요를 충분히 창출하지 못하면 여러 정책 출자사업에 선정된 GP들이 한정된 민간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특히, 은행과 보험사 등이 생산적 금융 관련 투자를 우선 검토하면 기존 정책펀드 GP들의 자금 모집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책 출자 비율이 높더라도 펀드 결성이 쉽지 않다는 점은 글로벌 스케일업 대형리그 출자사업에서도 드러났다. 해당 출자사업은 전체 펀드 규모의 약 64%를 정책자금으로 지원하는 구조였지만 지원 운용사는 한 곳에 그쳤다. 지원 저조의 배경으로는 대규모 민간 매칭 부담과 기존 블라인드펀드 보유 운용사들의 제한적인 신규 결성 수요 등이 거론된다. 대형 펀드일수록 민간에서 조달해야 할 절대 금액도 커진다. 가령 5000억원 규모의 펀드에 정책기관이 64%를 출자하더라도 나머지 1800억원은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 정책 출자 비율이 높다는 점만으로 펀드 결성이 보장되지는 않는 셈이다.
여기에 주요 LP들은 개별 운용사에 대한 출자 한도와 투자 분야별 배분 기준을 적용한다. 이미 특정 GP나 자산군에 상당한 자금을 약정했다면 신규 출자를 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책기관의 출자 확약을 확보했더라도 민간 LP의 투자심사와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책 출자사업에 선정된 이후 정해진 기간 안에 민간 매칭을 완료해야 하는 운용사들은 자금 모집 일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출자 확약을 확보한 이후에도 목표 결성액을 채우지 못하면 펀드 결성이 지연되거나 규모를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생긴다.
국민성장펀드의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신규 출자사업 확대뿐 아니라 기존 정책펀드와의 자금 모집 경쟁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기관별 출자 일정과 민간 LP의 투자 여력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정책 출자사업의 성과를 GP 선정 규모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실제 펀드 결성률과 민간 매칭 달성률, 투자 집행 실적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자금 공급이 확대되더라도 민간 매칭 단계에서 자금 조달이 막힌다면 기업에 전달되는 투자재원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정책기관 출자사업에 선정됐다고 해서 펀드 결성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성장펀드까지 대규모 자금 모집에 나서면서 기존 정책펀드 운용사들도 민간 LP 확보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