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재정도 불필요⋯성장률 평탄화 위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순채권국에 걸맞은 변동환율제 수용 필요⋯인위적 개입은 안돼"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반도체 호황에 따른 경제성장률 급등과 관련해 산업 양극화와 미·중 갈등 완화에 따른 판도 변화 가능성을 지적하며 "국가 차원에서 낙관론 이면의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에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10일 이창용 전 총재(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에 출연해 '반도체 호황으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상반기 성장률이 수치상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한국의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반도체 장기 호황론에 대해 "10년간 지속된다 하더라도 반도체 부문으로의 쏠림 탓에 경제 전반의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현재의 호조는 국내 기업 경쟁력뿐 아니라 미·중 갈등으로 중국의 장비 수입이 제한된 반사이익 측면도 크다"며 "향후 미·중 관계가 개선되거나 핵심 장비가 자체 개발될 경우 산업 판도가 급변할 수 있어 70%를 웃도는 높은 영업이익률이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론만 믿고 국가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이 자리에서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세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10년 이상 이어질 장기 투자에 예산을 10% 이상 증액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올해와 내년 모두 잠재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을 풀어 억지로 성장률을 더 끌어올릴 이유가 없으며, 미래 성장률 평탄화(스무딩)를 위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임 당시 '금리를 덜 올려 집값과 환율을 자극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전 총재는 "취임 직후 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2.0%포인트나 끌어올렸고, 임기 후반에는 물가가 2%대로 안정된 반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밑돌아 금리를 더 올릴 이론적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변동과 관련해서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해외 투자자들의 리밸런싱을 핵심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 호황으로 주가가 폭등하자 비중 한도(익스포저)를 넘어선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환율이 단기 급등했다가 뒤늦게 경상흑자를 반영하며 떨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환율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을 당부했다. 이 전 총재는 "한국은 외환위기 때와 달리 엄연한 순채권국인 만큼,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재(쇼크 옵서버)로서 변동환율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가 부도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환율이 오른다고 무조건 금리를 올리거나 외환보유액을 써서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외국인의 차익 실현만 도울 뿐이며, 주가처럼 금융자산 가격 변동의 하나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