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수입하던 기린 맥주, 이젠 한국서 빚는다…하이트진로와 새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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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방 시보리 초도 150만L 생산…내년 판매량 75% 국내서 공급
일본서 들여오던 기간 한 달 반→1~2주…물류비 절감분은 판촉 재투자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민주 기자 minchu@)

국내 수입맥주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일본 맥주 판매가 가파르게 늘면서 하이트진로가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생산에 나섰다. 수입·유통에 이어 생산까지 협력을 넓혀 한국 시장의 늘어나는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12일 경기 용인시 기흥공장에서 기자간담회와 시음회를 열고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생산 개시를 알렸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7월 기린과 기술제휴협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전주공장에서 기린 이치방 시보리 캔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기린과 자본 관계가 없는 수입·유통 파트너사가 이치방 시보리를 라이선스 생산하는 것은 아시아에서 하이트진로가 처음이다.

초도 생산량은 150만L(리터)로 500mL 캔 약 300만 개에 해당한다. 하이트진로는 내년까지 기린 이치방 시보리 전체 판매량의 75%를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생산은 판매 증가 폭이 가장 큰 캔 제품부터 시작한다. 병맥주와 생맥주까지 생산을 확대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국내 일본 맥주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다. 2020~2025년 국내 수입맥주 시장은 연평균 약 3% 감소했다. 일본 맥주를 제외하면 감소 폭은 연평균 12%로 커진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수입맥주는 연평균 72% 성장했다.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하이트진로는 2020~2026년 판매량이 연평균 82.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5년에는 국내 출시 이후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고 올해도 이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제품별 연평균 판매량 증가율은 캔이 97%로 가장 높았고 생맥주 64%, 병맥주 41% 순이었다.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수입만으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도 부담이 생겼다. 이날 하이트진로 측은 국내 생산 결정 배경에 대해 일본 내수뿐 아니라 해외 공급 수요까지 늘면서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하이트진로가 일본산과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 기술력을 갖췄다는 기린의 판단이 더해지면서 라이선스 생산이 성사됐다.

하이트진로와 기린의 인연은 2004년 시작됐다. 하이트진로가 이치방 시보리 병제품을 처음 수입한 뒤 2011년 캔과 생맥주를 포함한 독점 수입·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2012년부터 본격적인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이번 국내 생산으로 양사의 협력 범위는 수입·유통에서 생산으로 넓어졌다.

▲하이트진로는 12일 경기 용인시 하이트진로 기흥공장에서 기자간담회와 시음회를 열었다. (황민주 기자 minchu@)

일본산과 동일한 품질을 구현하기 위한 준비에는 1년 이상이 걸렸다. 하이트진로는 기린으로부터 핵심 공법과 기린 효모를 제공받았다. 원재료뿐 아니라 양조 온도와 시간, 비율, 최종 제품 규격까지 기린의 생산 기준을 적용했다. 시험 생산 제품은 기린의 평가 기준을 3회 이상 통과한 뒤 생산 승인을 받았으며 국내 생산 이후에도 데이터 평가와 정기 관능검사를 이어간다.

하이트진로는 우선 캔 제품의 국내 생산과 공급을 안정시킨 뒤 추가 협력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생산 제품의 해외 수출이나 기린과의 공동 신제품 개발은 아직 계획에 없다.

국내 생산으로 소비자에게 제품이 도달하는 시간도 크게 줄어든다. 일본에서 제품을 생산해 통관을 거쳐 국내에 유통하기까지 약 한 달 반이 걸렸지만 국내 생산 제품은 1~2주로 단축된다. 물량 변동과 관세, 국제 물류 등 대외 변수에 따른 공급 위험도 낮출 수 있다.

다만 국내 생산에 따른 비용 절감이 제품 가격 인하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수익 구조는 변동이 없고 수입하면서 들어오는 운송료는 약간의 절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절감되는 비용을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투자해 소비자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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