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반도체·지뢰 파고든 野…국감 초반 ‘정책 책임론’ 전선 넓힌 국민의힘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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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정무위선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 집중 추궁…금융정책 책임론 부각
산자·기후위 ‘호남 반도체’, 국방위 ‘DMZ 지뢰’로 정부 의사결정 정조준
법사·행안위는 공소청·중수청 놓고 충돌…정쟁 넘어 정책 대안 제시가 숙제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국정감사가 첫 주부터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지난해 국감이 사법 이슈와 정치 공방에 집중됐다면 올해 초반 국감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DMZ 지뢰 폭발 사고, 공소청·중수청 출범 등 정부 정책의 설계와 집행 과정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전면에 등장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국감은 정부 정책의 ‘결과’보다 ‘결정 과정’을 파고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당이 국정과제 성과와 제도 안착을 강조한다면 야당은 정책이 누구의 판단으로 시작됐고 충분한 검토와 안전장치가 있었는지를 묻는 방식으로 공세를 펴는 모습이다.

가장 선명한 전선은 금융이다. 국민의힘은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야당은 올해 초 청와대 비공개 회의 이후 상품 도입이 속도를 낸 경위와 투자자 보호장치가 충분했는지를 따져야 한다며 관련 회의자료 제출을 요구해왔다. 민주당은 해당 자료가 상임위 소관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맞섰다.

8일 금융위원회 국감에서도 이 문제는 핵심 쟁점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은 일부 증권사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전부터 자체적으로 투자 권유를 제한하고 마케팅을 중단하는 등 위험 관리에 나섰다고 공개했다. 야당은 금융회사들조차 상품의 위험성을 인지했는데 정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도입을 서둘렀는지를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국감에서는 최근 은행권 AI 해킹과 가계부채 문제까지 겹치면서 정책 결정과 금융감독 책임이 동시에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산업 분야에서는 ‘호남 반도체’가 국민의힘의 주요 공격 지점이다. 산자위와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의 투자 결정 과정과 전력망 구축 계획,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은 기후부가 호남 반도체 산단의 전력공급 선로 구축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것을 두고 공사 기간이 정책 발표에 맞춰 조정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비판했다. 산자위에서는 조지연 의원이 대구·경북 지역 반도체 예산과 비교하며 정부의 지역 산업정책이 호남에 과도하게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호남의 개발 여력과 국가 균형발전 필요성을 근거로 맞섰다.

이 사안은 향후 국감에서도 야당이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단순히 ‘호남 투자 반대’ 프레임에 갇히기보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의 투자 판단에 정부가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전력·용수·교통 인프라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와 중복투자 가능성은 없는지를 따지는 쪽으로 공세를 확장하고 있다. 야당이 경제 국감에서 존재감을 키우려면 지역 간 예산 비교를 넘어 국가 전체 반도체 전략의 효율성을 증명하는 자료를 내놓는 것이 관건이다.

국방위에서는 DMZ 지뢰 폭발 사고가 중심에 섰다. 국민의힘은 사고 당시 군의 판단과 대응, 대북 경계태세가 적절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야당은 대북 제재 촉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반면 민주당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일부 대응책이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8일 합동참모본부 국감에서도 DMZ 사고 대응과 군 지휘체계가 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수장 없는 중수청’과 지방선거 관리 문제가 야당의 공격 소재가 됐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6일 국감에서 중수청이 기관장 없이 출범한 데 대해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감에서는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거 관리 부실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야당 입장에선 두 사안 모두 정부가 제도를 먼저 출범시키거나 선거를 치르면서 현장 준비는 따라가지 못했다는 ‘준비 부족’ 프레임으로 연결할 수 있는 소재다.

법사위는 여전히 가장 정치적인 상임위다. 첫날부터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했고, 국민의힘은 서영교 법사위원장의 야당 의원 발언권 제한 문제까지 들고나왔다. 8일 법무부 국감에서는 지난 2일 출범한 공소청을 둘러싼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수사·기소 분리를 검찰개혁의 완성으로 평가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공소청이 직무대행 체제로 출발한 데다 검찰 직접수사 폐지 이후 수사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법사위의 경우 국민의힘에도 부담은 있다. 정책 검증보다 고성과 막말 논란이 앞서면서 실제 제도 문제는 묻히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규 의원의 ‘부엉이바위’ 발언과 이를 둘러싼 여야 충돌, 서 위원장의 발언권 제한 논란까지 겹치면서 첫 주 법사위는 공소청과 보완수사권 등 중요한 형사사법 쟁점보다 정치적 충돌 자체가 더 부각됐다.

국민의힘이 초반 국감에서 상대적으로 성과를 낸 지점은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을 여러 상임위에서 연결했다는 점이다. ETF는 금융정책의 속도와 투자자 보호, 호남 반도체는 산업정책과 지역 균형, DMZ 지뢰는 안보 대응, 중수청·공소청은 검찰개혁 이후 행정 준비 문제로 각각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약점도 분명하다. 문제 제기가 의혹 제기에 머물 경우 국감 후반으로 갈수록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레버리지 ETF가 문제라면 어떤 투자자 보호 규제가 필요하고, 호남 반도체 투자가 과도하다면 국가 반도체 클러스터의 대안적 배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공소청과 중수청의 수사 공백을 우려한다면 검경 수사 구조를 어떻게 보완할지도 보여줘야 한다.

또 하나의 변수는 기업인 증인이다. 올해는 민주당이 ‘망신주기식 기업인 호출’을 막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총수의 증인 채택이 상당 부분 무산됐다. 반면 홈플러스 사태의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산자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7일 국감에 불출석했다. 산자위는 오는 23일 종합감사에 다시 출석하도록 요구하고 불응할 경우 고발과 동행명령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기업인 호출 자체보다 실제 피해가 발생한 사건의 책임자를 끝까지 출석시키느냐가 올해 국감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된 셈이다.

국감 첫 주의 흐름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은 지난해보다 경제·정책 쟁점을 전면에 배치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부동산과 금융, 반도체, 검찰개혁, 안보 등 정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영역을 반대로 정부 책임론의 소재로 바꾸는 전략이다.

다만 27일까지 이어지는 감사에서 야당이 정부의 답변을 끌어내고 제도 개선까지 연결하지 못한다면 초반의 공세는 또 하나의 정치공방으로 남을 수 있다. 국민의힘의 국감 성적표는 얼마나 세게 정부를 몰아붙였느냐보다, 정부가 내놓지 못한 숫자와 대안을 얼마나 대신 보여주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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