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하류 염소 FAO 기준 2배…'흐르지 않는 고삼저수지에 하루 64만t'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반도체산단 폐수를 두고 '얼마나 버리느냐'에 이어 '무엇을 버리느냐'를 따지기 시작했다.
용인에 입주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방류량을 줄이라고 한 첫 행정지도에 이어, 이번에는 염소·황산이온 수질 행정지도를 예고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이천 SK하이닉스 방류 하천 조사 결과를 공개한 지 이틀 만이다.

7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추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도체 산단 폐수, 수량뿐만 아니라 수질 관리가 절대 필요하다"며 "첫 번째 행정지도가 수량에 대한 지도였다면, 이번에는 수질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고 적었다.
추 지사는 이천 SK하이닉스팹에서 죽당천으로 흘러드는 방류수 수질검사를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지시한 결과 고농도의 염소와 황산이 검출됐다며 "이는 농업용수로 적합하지 않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추 지사가 제시한 수치는 염소이온 745mg/L, 황산이온 1606mg/L 다. 염소이온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기준(355mg/L)의 2배를, 황산이온은 FAO 기준(960mg/L)을 크게 웃돈다. 보건환경연구원이 8월 26일, 9월 2일, 9월 3일 세 차례 조사해 5일 공개한 방류구 하류 0.4km 지점 평균값은 염소이온 731mg/L, 황산이온 1561mg/L 다. 방류 영향을 받지 않는 인근 복하천 평균(염소이온 71mg/L, 황산이온 32mg/L)의 각각 약 10배, 약 49배다.
추 지사는 "장기간 방치할 경우 수생태계 악영향과 황산염 농도가 누적될 경우 인의 용출량이 증가하여 녹조 발생 가능성도 생긴다"고 경고했다.
추 지사가 "더 심각한 문제"로 지목한 것은 물이 향할 곳이다. 그는 "앞으로 용인산단 가동 후 버리는 물이 흐르는 하천이 아니라 흐르지 않는 농업용 담수호인 고삼저수지에 유입된다"며 "유입량도 하루 64만t이라 장기간 대량의 폐수가 유입될 경우 녹조 발생과 농작물 독성 우려가 제기된다"고 적었다.
이천 조사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처리수가 고삼저수지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위한 비교 조사다. 공정이 비슷한 이천사업장 하류를 대상으로 했고, 용인 방류수를 직접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죽당천 수치는 하류로 내려갈수록 낮아졌다. 1.9km 지점은 염소이온 639mg/L·황산이온 1338mg/L, 7.4km 지점은 513mg/L·1060mg/L였다. 흐르는 하천을 7.4km 내려가서도 두 성분 모두 FAO 기준선 위에 있었다. 고삼저수지는 하천과 달리 물을 가둬두는 농업용 저수지다.
경기도 조사에서 용인 SK하이닉스 처리수가 흘러들 한천은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Ⅰ등급, 고삼저수지는 TOC(총유기탄소) Ⅲ~Ⅳ등급으로 현재는 농업용수로 쓰기에 적합하다.
문희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장 직무대리는 "이천 SK하이닉스와 동일한 수준의 염소·황산이온이 내년 2월부터 고삼저수지로 유입된다면 이에 대비한 연구와 실효적인 방류수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성 농업계는 고삼저수지 방류에 반대하며 농업용수 수질 저하와 농작물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고삼면 농업인들은 9월15일 집회를 열고 2021년 체결된 상생협약의 철회·파기를 요구했다.
죽당천에서 국내 하천 수질기준이 있는 9개 항목은 세 차례 조사 모두 기준보다 낮았다. 염소·황산이온은 먹는 물 기준(염소이온 250mg/L 이하, 황산이온 200mg/L 이하)만 있을 뿐, 하천·호소를 농업용수로 쓸 때 적용할 국내 기준이 없다.
FAO 수치도 법정 배출기준이 아닌 관개용수 평가지침이다. FAO는 염소이온이 355mg/L를 넘으면 민감한 작물에 '심한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황산이온은 0~960mg/L를 통상 범위로 제시한다. 두 성분은 지하수·하천수에 흔히 녹아있는 물질로 치명적인 유해물질은 아니라는 게 경기도 설명이다.
추 지사도 이 대목을 짚었다. 그는 "물론 기업은 염소이온이나 황산이온이 인체에 직접 위해성은 낮다고 주장할 것"이라면서도 "염소이온과 황산이온은 높은 삼투압을 유발하여 토양을 딱딱하게 만들어 식물을 고사시키거나 담수 생물이 헤엄치지도 못하도록 해 서서히 죽게 만들며 만성적으로는 수생태계를 고사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는 물론 농업용수로 재이용수를 이용하는 경우 제한이 필요하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그간 법적 기준보다 엄격한 수준으로 방류수를 관리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모니터링 체계와 검증위원회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BOD·TOC 허가배출기준은 환경영향평가법 기준 수준인 5ppm 이하로 맞추기로 했다.
행정지도는 행정절차법상 상대방 의사에 반해 부당하게 강요할 수 없는 권고다. 구속력 있는 사업장 배출기준을 정할 권한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있다.
경기도는 8월1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용인 SK하이닉스 통합환경사업장에 현행 허가배출기준보다 강화된 환경영향평가 협의기준을 적용해달라고 건의했다. 기준이 없는 염소·황산이온에도 사업장 허가배출기준을 설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기준은 환경 악화가 우려될 때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사업자가 협의해 별도로 정하는 강화된 오염물질 배출기준이다.
앞서 추 지사는 7월과 8월 반도체 용수 사용량과 폐수 방류량을 줄이고 공정수 재이용률을 높이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그는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처럼 공정수 재사용률을 대폭 높여야 한다"며 "공공이용수를 공급하는 만큼 기업도 폐수 감축과 재이용 기술 개발·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한편, 도는 9월 17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 고삼저수지까지, 10월 1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평택호까지 방류 경로를 점검했다.
추 지사는 "경기도는 이번 검사 결과를 근거로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염소이온과 황산이온 배출허용기준을 정하도록 요청하고, 곧 수질에 관한 행정지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