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격리되는 정신질환자…자립은 여전히 까마득[정신건강 회복의 길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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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이후 삶 뒷받침할 주거·돌봄 부족…가족에게 쏠린 부담 커

▲(사진=AI 생성)

국내 정신질환 치료는 입원에 무게가 실려 있지만, 퇴원 이후 지역사회에서 생활을 이어가도록 돕는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 주거와 돌봄, 재활·일자리 지원이 충분히 연결되지 않아 사회 복귀가 늦어지고 가족의 부담도 커진다. 치료 이후의 삶까지 뒷받침할 지역사회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가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3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정신병상 수는 1.30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0.68개의 약 두 배였다. 반면 정신과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0.09명으로 최하위 수준을 보였다. 통계가 확인된 OECD 회원국의 인구 1000명당 정신과 의사 수는 0.18명이다. 반면 OECD 보건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의 평균 입원기간은 2019년 기준 122.5일로 이탈리아(14.6일), 캐나다(19.1일)보다 몇 배 이상 긴 것으로 조사됐다.

입원 치료가 끝나도 안정적으로 살 집이 없거나 일상생활을 도울 사람이 부족하면 지역사회로 복귀하기 어렵다. 장기간 병원이나 시설에서 지내며 가족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경제적 기반까지 약해진 사람에게는 퇴원 이후의 생활 자체가 장벽이 된다. 치료와 복지를 분리해서는 장기입원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면서 복지서비스 제공 근거는 마련됐지만 지역사회 주거·복지·고용 서비스는 여전히 미비하다. 입원 치료 이후의 삶을 뒷받침할 기반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지역사회 지원의 공백은 가족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당사자의 진료와 복약, 식사와 외출을 가족이 도맡는 방식으로는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 보호자가 생업을 이어가야 하거나 고령인 경우 부담은 더 커진다. 당사자가 집에서 살기를 원해도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돌봄의 범위에 따라 거주 선택지가 좁아지는 셈이다.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전 정책위원장은 자립의 출발점으로 주거를 꼽으면서도 집만 마련해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정신질환 당사자 대부분이 성인이고, 가족과 계속 함께 사는 일은 당사자와 가족 모두에게 쉽지 않다”며 “경제적 기반이 부족해 독립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및 정신건강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보기와 요리 같은 생활 지원은 물론 복약 여부와 증상 변화를 살피고, 외래 진료를 이어가도록 돕는 정기적인 방문과 상담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자립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임의로 중단해 증상이 악화한 경우와 꾸준히 치료와 지원을 받는 당사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편견”이라며 “당사자마다 상태와 필요한 지원이 다른 만큼 그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과 일상 사이를 잇는 지원의 효과는 지역사회전환시설이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해당 시설은 정신질환자에게 일정 기간 머물 공간과 생활·사회적응훈련 등을 제공해 사회 복귀를 돕는다. 하경희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11월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퇴소자의 지역사회 거주율은 89%, 외래치료 유지율은 94%였다. 다만 당시 시설은 서울과 경기 지역 7곳에 그쳐 지원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자립의 성과는 병원이나 시설을 나온 인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퇴원 이후에도 치료를 이어가고 원하는 곳에서 생활하며 일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의 돌봄 여력에 따라 사회 복귀 여부가 갈리지 않도록 지역사회가 당사자의 일상을 뒷받침해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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