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우 중앙정신건강복지지원단장 “먼저 다가가는 노력이 도움과 희망 연결”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이 모두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주변의 불편한 시선과 불이익에 대한 걱정으로 병원 방문을 망설이고 우울증을 겪으면서도 혼자 견뎌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따라서 절망이 깊어 스스로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진료실 문을 열어두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10월 10일 ‘세계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최근 본지와 만난 백종우 중앙정신건강복지지원단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삶의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지만 절망에 빠진 사람은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치료와 복지서비스를 연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 단장은 최근 진료현장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가 뚜렷하다고 했다. 백 단장은 “2005년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는 스스로 찾아온 사람이 30%, 가족이나 의사의 권유로 온 사람이 70% 정도였다”며 “지금은 반대로 스스로 내원하는 사람이 70% 정도”라고 설명했다.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사람이 늘고, 특히 젊은 세대가 정신건강을 관리해야 할 건강의 한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진료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장벽은 편견이다. 그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닌다고 하면 주변에서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걱정이 크다”며 “우울증에 빠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 단지 상황이 좋지 않아 힘든 것이라고 여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치료 이력이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보험 가입이다. 백 단장은 “치료 중인 질환이 있으면 보험 가입에 제한이 생길 수 있지만 정신질환은 개별적인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관행적으로 거절되는 경우가 문제”라며 남아 있는 차별을 제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치료에 대한 회의도 발길을 붙잡는다. 채무나 실직 때문에 힘든데 병원에 간다고 현실이 달라지겠느냐는 생각이다. 백 단장은 “치료가 채무 자체를 없애주지는 못하지만 우울증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시 일할 수 있는 상태를 회복하도록 도울 수 있다”며 “치료비 지원과 복지서비스를 연결하고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희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신건강 영역에서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한 신호로는 지속되는 불면을 꼽았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가 이어지면 상태를 살펴야 하고 수면 부족 자체도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그는 “불면증이 있다고 모두 우울증은 아니지만 그 뒤에 우울증이나 다른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며 “계속 잠을 자지 못한다면 전문가를 찾아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상담과 진료 사이의 연결도 중요하다. 비교적 가벼운 어려움은 조기 상담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 병원을 안내하는 데 그쳐서는 부족하다. 실제 진료를 받고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현장 인력은 충분하지 않다. 여러 기관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발견해 의뢰하는 일이 늘어나는 만큼 이를 실제 지원으로 이어갈 역량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 단장은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는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고 집으로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집중적으로 지원하려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방문하기도 하는데 한 사람을 돕는 데 몇 시간씩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뢰 건수에 따라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몇 명이 필요한지 산출하고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모든 역할을 맡기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채무·고용 상담기관처럼 위기에 놓인 사람을 자주 만나는 곳에도 정신건강 전문가가 필요하다. 해당 기관에서 초기 상태를 평가하고 지원하면서 위험도가 높은 사람은 전문기관과 협력해 도와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는 “기존 기관에 정신건강 전문가가 없으면 다른 곳으로 의뢰만 하게 된다”며 “초기 평가나 신뢰관계 형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실제 연결로 이어지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치료 이후 직장 복귀를 돕는 등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까지 지원할 필요성도 짚었다.
백 단장은 “신체 질환이 생기면 낫기 위해 병원을 찾고 예방을 위해 검진을 받듯 정신질환도 같아야 한다”며 “절망에 빠진 사람은 곁에 있는 사람조차 찾지 않을 수 있다. 먼저 다가가는 노력이 도움과 희망을 연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