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89억 수용… 보육 27억·통큰 세일 31억 평행선, 7일 답변·본회의 미정
6일 경기도청 앞에는 보육교직원 2000여 명이 섰다. 어린이집 운영비와 교사 처우개선비를 지켜 달라는 손팻말이 도청 앞 거리를 메웠고,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들도 '경기 살리기 통큰세일' 예산 복원을 요구했다.

같은 날 양평에서는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향해 민생·복지 예산 복원을 촉구했다. 8월19일 제출된 42조2420억원 규모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한 달 반 넘게 멈춰선 가운데, 예산을 둘러싼 이견이 보육과 골목상권 현장에서 동시에 표면화했다. 도의회는 복원 요구를 800억원대에서 300억~400억원대로 좁혔지만 추경을 의결할 본회의 날짜는 잡지 못했다.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도의회 민주당은 이날 양평 블룸비스타에서 현장 정책회의에 앞서 민생예산 복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민생예산을 줄일 수는 없다"며 "재정의 어려움을 서민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취약계층의 희생으로 메워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안광률(시흥1) 민주당 대표의원은 의원들에게 협상 상황을 설명하며 "지금으로서는 본회의가 언제 열릴지 확답할 수 없다. 집행부의 답변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의회는 상임위원회 의견을 모은 조정안을 집행부에 보내고 7일까지 입장을 달라고 했다.
도의회 설명에 따르면 도가 수용 의사를 밝힌 사업은 △산후조리비 36억1300만 원 △어린이 건강과일 15억 원 △교통약자 이동지원 23억8400만 원 △법인택시 운수종사자 처우개선 14억4900만 원 등 4개 사업, 89억4600만 원이다. 어린이집 종사자 처우 개선과 통큰세일 등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복원 요구 규모는 협상 과정에서 여러 차례 달라졌다. 약 800억원에서 500억원대로, 9월 23일 320억원대, 10월1일 300억~400억원대 조정안으로 좁혀졌고 대상 사업도 바뀌었다.
안 대표는 "민주당은 증액을 요구하지 않았고, 당이나 의원 개인의 예산을 복원해달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다"라며 "의회가 무조건 복원금액을 정해놓고 이만큼 복원해달라는 식으로 협상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부는 본인들이 원하는 것 외에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양측은 같은 재정 상황을 놓고 판단을 달리한다. 도는 부동산 거래 위축 등으로 지방세 수입 전망을 3000억원 낮추고 1300여개 사업에서 5465억원을 구조조정했다. 노인장기요양시설 급여 재원을 마련하려 이번 추경에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750억원도 빌려 왔다며 추가 재정 여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추 지사는 8월 "경기도 가계부를 인계받았는데 용처가 분명히 정해진 목돈도 거의 다 끌어쓰고 채권도 발행해 다달이 이자가 쌓이는 빚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 대표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 가용기금을 살펴보면 민생예산을 복원할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법 제142조 제3항은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늘리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도의회가 삭감 예산을 증액해 복원하려면 추 지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추경 교착이 길어지자 보육 현장도 거리로 나왔다.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는 이날 도청 앞에서 '경기도 보육예산 정상화 및 추경예산 즉각 편성 촉구' 집회를 열었다. 도내 31개 시·군지회 소속 원장과 보육교직원 2000여 명이 참석했고 8일까지 사흘간 단체행동을 이어간다.
쟁점은 영아표준보육과정 지원, 0~2세 어린이집 운영비, 보육교사·누리반 교사 처우개선비 등 올해 남은 기간 기존 지원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27억원이다. 도는 이를 추경안에 담지 않았고, 도의회는 심사에서 증액했지만 추경 자체가 처리되지 않아 확정되지 못했다.
연합회는 10월1일부터 일부 10월분 보조금 신청이 사전 안내 없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연합회가 2일 문제를 제기하자 도는 10월분 신청을 다시 받기로 했다. 추가 재원이 없으면 11월부터 부족분만큼 지원 단가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게 도의 입장이다.
강원미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장은 "한 달씩 때우는 지원은 해법이 아니다. 경기도는 기존 보육예산을 추경으로 온전히 확정해야 한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체 휴원'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5일 보육교사가 올린 경기도청원 '아이들 곁을 지키는 보육교사의 호소-보육예산 정상화와 추경 편성을 요청합니다'는 이날 6만명을 넘겨 도지사 답변 요건을 채웠다.

보육교직원 곁에는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도 섰다. 경기도상인연합회와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통큰세일 등 민생경제 예산의 정상 집행을 요구했다. 올해 통큰세일 예산은 100억원이다. 상반기에 69억원을 집행했고, 남은 하반기 31억원은 제2회 추경안에서 전액 감액됐다. 추경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하반기 통큰세일에 배정된 예산은 없다.
이충환 경기도상인연합회장과 이상백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골목상권이 무너지면 지역경제도 버틸 수 없다"며 추경 편성과 2027년 경기지역화폐의 안정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추경 처리가 늦어지면서 도가 구조조정 재원으로 다시 편성한 민생사업도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도는 2464억원을 △노인 장기요양 시설·재가급여 1234억원 △학교급식 584억원 △농어민기회소득 215억원 △청년기본소득 163억원 △결식아동 급식지원 75억원 등에 배치했다.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국가유공자 5670명에게 매달 15일 지급하는 보훈수당 10만원의 10~12월분 17억여원도 이번 추경에 포함돼 있다.
도는 시·군비가 함께 들어가는 사업은 시·군 재원으로 먼저 충당할 수 있지만, 전액 도비 사업은 추경 처리가 늦어지면 지급이 밀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회 연간 회기 일정상 다음 정규 회기는 11월3일 시작하는 제394회 정례회다. 그 전에 추경을 처리하려면 별도 임시회를 열어야 한다.
도는 7일 예정했던 추 지사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추경 처리 이후로 미뤘다. 도의회 민주당은 양평 결의대회에서 "1420만 도민의 민생 파수꾼으로서 도민의 삶을 예산의 최우선에 두고 민생회복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도의회가 집행부에 요구한 답변 시한은 7일이다. 추경을 처리할 본회의 날짜는 6일 현재 정해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