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융복합적 진화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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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크립토 이벤트라는 수식어가 붙은 국내 블록체인 행사가 최근 막을 내렸다. 한국 크립토 시장의 전성기를 함께 지나온 행사지만, 올해는 개막 전부터 흥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러 해 빠짐없이 참석한 이들도 해가 갈수록 참여 열기가 식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외에서 크립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분위기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한때는 밈코인 프로젝트들이 한국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려 몰려와 행사 열기를 높였다. 올해는 무기한 선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행사장 한쪽에서 트레이딩이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크립토 자체의 화제성만으로 행사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인 듯했다.

대신 행사장 안팎에서는 양복을 입은 사람들의 존재감이 커졌다. 국내 금융·IT 업계 종사자들이 해외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들과 만났고, 기관 간 미팅도 활발해졌다. 크립토가 더는 변두리의 노름판이 아니게 된 만큼,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협업의 필요성도 커진 것이다.

이런 변화는 크립토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증명해야 할 것도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한국 시장을 담당하는 인력에게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바이럴 마케팅을 넘어 실제 계약과 협업을 성사시키고 기관과 정치권을 설득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토큰을 발행하고 커뮤니티를 모으던 기업들도 이제 금융회사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디에서 매출을 낼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다른 산업과 접점을 넓히려는 움직임은 행사와 기업이 내세우는 간판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CEO는 개회사에서 내년부터 행사에 AI를 접목하겠다고 공언했다. 여러 블록체인 기업도 보도자료에 AI, 금융, 범용 플랫폼 등의 수식어를 덧붙이기 시작했다. 크립토 전문 AI를 표방했던 엔진은 주식 기능을 추가하더니 메인 화면에 마이크로소프트 시세를 띄웠다.

처음 크립토 취재를 맡았을 때는 ‘금방 사라질 분야면 어떡하지’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들었다. 이제는 그 걱정이 기우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든다. 행사장의 열기와 크립토의 단일 파급력은 예전만 못해도 다른 산업과 연결되려는 움직임은 뚜렷해졌다. 크립토와 그 기반인 블록체인이 우여곡절을 거쳐 산업의 한 부분으로 어엿하게 자리 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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