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철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인터뷰 “약물치료에도 가족 생활습관 개선 필수”

“지금은 쉬운 문제를 나중에 어려운 문제로 만들지 말자는 것이 진료 철학입니다.”
송경철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아청소년 비만의 조기 관리 필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어릴 때 살은 키로 간다’, ‘공부부터 하고 살은 나중에 빼면 된다’는 인식이 치료 시기를 늦춘다고 지적했다.
비만 자체로 병원을 찾기보다는 건강이 크게 나빠진 뒤 내원하는 사례가 더 흔하다. 단순히 비만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다. 송 교수는 “학업 때문에 건강 관리를 뒤로 미루다가 증상이 심해져 응급실에 온 뒤 당뇨병을 진단받고, 이미 체중이 90~100㎏에 이른 상태로 내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하는 시기는 활동량이 줄고 체중 증가 양상이 달라지는 때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학원에 다니는 시간이 늘면서 운동과 수면이 부족해지고 식사도 불규칙해지기 쉽다. 이른 저녁을 먹고 늦게까지 공부하다 편의점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야식을 먹는 생활이 반복되기도 한다.
송 교수는 “이를 단순히 아이의 ‘야식 습관’ 문제로만 탓해서는 안 된다”며 “성장기에는 체중과 키가 함께 느는 게 정상이지만, 체중 증가 곡선에 변곡점이 생기는 시기를 조기에 포착해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도비만으로 진행된 뒤에는 개선이 훨씬 어려워지는 만큼 초기 변화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치료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체중에만 있지 않다. 송 교수에 따르면 초등학생 시기에도 이상지질혈증과 고혈당, 지방간이 나타날 수 있다. 청소년 중에는 우울감과 자존감 저하, 등교 거부를 함께 겪는 경우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계기로 비만 치료에 연결되기도 하지만 우울증이 심해지면 내원이 중단돼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현재 키가 또래보다 크다는 이유로 안심해서도 안 된다. 비만은 사춘기 발현 시점과 골성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송 교수는 “사춘기와 성장이 빨라지면 일시적으로 키가 많이 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골성숙이 빨라지면 성장할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질 수 있다”며 “현재 키뿐 아니라 성장 속도와 사춘기 진행, 골연령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등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등장은 비만 치료 선택지를 넓혔다. 청소년 대상 ‘STEP TEENS’ 연구에서 68주간 체질량지수(BMI)는 세마글루타이드군에서 16.1% 감소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0.6% 증가했다. 두 군 모두 생활습관 중재를 병행한 결과다.
송 교수는 “생활습관 관리만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심각한 중증비만 단계로 진행되기 전에 위고비 등 약물 치료를 조기에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위고비는 국내에서 12세 이상 청소년 중 초기 BMI가 성인의 30kg/㎡ 이상에 해당하는 비만 환자이면서 체중이 60kg을 초과하는 환자의 체중 관리를 위한 치료제로 승인된 상태다. 다만 비만이 아닌 아이에게 사용해서는 안 되며, 의료진이 생활습관 개선 가능성과 부모의 협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체중 감량이 생활습관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송 교수는 “초기에 약물치료로 체중을 감량하면 아이들도 성과를 빨리 체감하고, 이후 자발적으로 식습관 관리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클라이밍을 좋아하다 학업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면서 비만이 된 학생이 위고비 치료로 체중을 개선하면서 다시 운동을 시작한 사례도 소개했다.
다만 약물이 장기 관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송 교수는 “약물치료의 역할이 커졌지만 생활습관 관리의 중요성은 여전하다”며 “체중을 개선한 뒤에도 생활습관 교육을 지속해 장기적으로 습관이 정착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린 소아는 성장할 기간이 많이 남아 있어 에너지·영양 부족이 성장에 미칠 영향을 살피며 약물치료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리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 최근 송 교수가 펴낸 ‘소아청소년 비만 가족 혁명’에도 이러한 생각을 담았다. 비만에는 유전적 요인과 가족이 공유하는 생활환경이 함께 작용한다. 부모의 잘못으로 돌려서는 안 되지만, 변화를 아이에게만 요구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가 콜라를 마시고 치킨을 먹으면서 아이에게만 다이어트를 요구할 수는 없다”며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아이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황에 이르기 전에, 어릴 때부터 부모가 영양과 비만, 건강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