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신용점수 한계 보완⋯금융 포용성 높일 기회
편향·오류 땐 누가 책임지나⋯설명·이의제기 과제

대출 가능 여부부터 한도와 금리까지 AI의 판단이 금융소비자의 조건을 가르기 시작했다. 금융거래 이력만으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따라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용점수에 이어 알고리즘이 개인의 금융 기회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금융 신분’으로 부상하는 셈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매출·업종·상권 등 비금융정보를 AI로 분석해 소상공인의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는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체계(SCB)를 마련했다. 현재 16개 은행에서 약 2조2000억원 규모 대출에 시범 적용 중이다. 담보나 금융거래 이력이 얇은 소상공인도 상환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주택금융에도 AI가 접목됐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올해 3월 고객의 희망 대출액과 소득, 대출조건 선호도에 공공 마이데이터를 결합해 보금자리론의 한도·만기·우대금리·월 상환부담을 추천하는 ‘AI 기반 맞춤형 모기지 추천 서비스’를 도입했다.
AI 기반 평가는 금융 포용성을 높일 수 있다. 사회초년생이나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처럼 금융 이력이 짧거나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차주는 상환 여력이 있어도 기존 신용점수 체계에서 낮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는데, AI가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면 상환능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을 여지가 생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AI 금융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금융 이력이 부족해도 실제 경제활동과 상환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청년층은 소득과 경제활동을, 소상공인은 매출과 현금흐름을 인정받아 자금 조달 기회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AI의 역할은 대출 심사와 신용평가를 넘어 금융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백연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의 AI에이전트 기술의 도입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예금·대출·투자·보험 등 금융 리테일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금융상품을 탐색·비교하는 데서 나아가 소비자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상품을 선별하고 금융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AI의 역할이 확대되더라도 최종 판단과 책임은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금융위가 6월 공개한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AI를 ‘업무 보조수단’으로 규정하고, 최종 의사결정과 책임은 임직원이 맡도록 했다. AI 판단을 금융회사가 검증하고 소비자 앞에 답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사람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만으로 AI 활용에 따른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제헌 주금공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AI가 상환능력과 신용위험을 평가해 대출조건을 좌우한다면 사람이 승인 버튼을 눌렀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금융회사가 AI가 어떤 정보를 분석했고 얼마나 반영됐는지 관리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AI는 민감정보를 직접 쓰지 않더라도 거주지역이나 소비·거래 패턴처럼 민감정보와 상관관계가 높은 대리변수를 활용할 수 있다. 과거 금융거래 데이터에 차별적 결과나 표본 불균형이 담겼다면 AI가 이를 학습해 불이익을 반복할 가능성도 있다. 같은 소득과 부채를 가진 차주라도 AI가 읽어낸 정보에 따라 다른 조건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AI가 객관적인 수치로 판단하는 것처럼 보여도 학습 데이터가 편향돼 있다면 결과도 공정할 수 없다”며 “금융회사는 대출 거절이나 금리 차등의 핵심 이유를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잘못된 데이터에 대해 정정과 재심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