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 엔비디아와 협력해 ‘릴리팟’ 가동
위고비 제네릭, 차세대 비만치료제 맹추격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인공지능(AI) 기술 융합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시스템을 업무에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AI 기업들과 전략적 협력을 맺고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기존 비만·대사질환 치료제로 시장의 선두에 올랐지만, 다음 블록버스터를 탄생시키기 위한 유망 파이프라인과 연구개발(R&D) 시간 단축이 긴요한 상황이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제약사들이 투약 편의성과 효능을 개선한 후발 제품을 개발하며 추격해오고 있어서다.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미국의 유력 생성형 AI 개발사인 앤트로픽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앤트로픽의 과학 특화 플랫폼 ‘클로드 사이언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두 회사의 구체적인 거래 조건이나 개발을 목표하는 신약은 공개되지 않았다.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초에도 오픈AI와의 협력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 노보노디스크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을 통해 AI 도입을 확대했다. 두 회사는 런던에 공동 혁신 허브를 구축하고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의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다. 아마존 바이오 디스커버리(Amazon Bio Discovery) 및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 등을 사용해 신약 타깃을 식별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신속해 설계한다는 목표다. 유전체, 이미징 및 임상 데이터를 연결해 초기 연구가 임상 시험 설계까지 이어지도록 하고, 아마존 베드록 에이전트코어(Amazon Bedrock AgentCore)를 활용한 AI 에이전트를 통해 운영 전반의 효율성도 도모할 계획이다.
일라이릴리는 엔비디아와 손을 잡고 압도적인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1월 향후 5년간 총 10억달러(1조3591억원)를 투자해 샌프란시스코에 엔비디아의 AI 칩 ‘베라 루빈’을 기반으로 가동하는 연구소를 설립하고, 피지컬 AI를 활용해 완전히 자동화한 실험실을 만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일라이릴리는 현재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본사에 엔비디아의 ‘블랙웰 울트라’ 그래픽처리장치(GPU)를 1016개 탑재한 자체 슈퍼컴퓨터 ‘릴리팟(LillyPod)’을 가동 중이다. 일라이릴리에 따르면 릴리팟은 널리 이용 가능한 데이터로 구축된 공개 AI 모델을 단순히 미세 조정(파인튜닝)하는 것을 넘어, 회사가 축적한 자체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세포 및 분자 수준의 심층적인 생물학적 지식을 발굴할 수 있다.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은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펜주사 제형에서 경구용으로, 주 1회 투약에서 월 1회 투약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차세대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국내서도 알테오젠이 월 1회 투약하는 비만치료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일동제약과 종근당 등은 경구용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제네릭 제품들이 다수 등장해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이미 인도 제약사 닥터 레디스 래버러토리스, 캐나다 제약사 아포텍스 등이 개발한 위고비 제네릭 제품이 해외서 허가돼 사용 중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의 주요 특허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2030년 전후로 점차 만료된다.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주성분인 터제파티드 역시 2036년경부터 만료가 도래한다.
AI를 탑재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후발주자들을 따돌리고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시장 선두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는 AI 신약개발이 기존보다 R&D 소요 기간을 약 70% 절약해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JP 모건 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30년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약 1000억달러(135조7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