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익숙"⋯경험 많은 X세대, 환율 급등기 가계소비 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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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반복되는 위기 경험에 소비 적응⋯통신비 등 선택재 줄여 대응"
X세대·저자산층 중심 적응 흐름 뚜렷⋯"계층별 소비격차 정책 고려해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환율이 급등하더라도 국내 가계소비가 상대적으로 덜 위축되는 '적응' 현상이 실증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위기와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환율 급등을 반복적으로 겪은 과거 세대일수록 소비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반면 경험이 많지 않은 MZ세대의 경우 오히려 소비 위축 흐름이 뚜렷했다.

1일 최영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부국장)은 'BOK 경제연구: 환율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과거 환율 급등을 많이 겪은 가계일수록 현재 환율이 오를 때 나타나는 소비 위축 효과가 유의하게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통적인 경제 이론과 기존 실증연구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고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가계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주요 경제 충격 국면을 비교해 보면 환율이 급등하더라도 민간소비와 소비자심리지수가 과거 1997년처럼 장기간 급락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등하는 흐름이 관찰됐다는 것이 최 연구위원 설명이다. 이에 대해 최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한 외환당국의 정책적 대응과 더불어 가계 스스로가 고환율 환경을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학습해 대응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소비 적응'은 식료품 등 필수적인 기초소비재보다 줄이기 쉬운 통신비 등 선택재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관찰됐다. 고환율 국면에서 불필요한 선택적 지출을 선제적으로 줄임으로써 전체 가계 소비 붕괴를 방어하는 방식이다.

▲세대별 환율급등 경험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한계효과(MZ세대, X세대, 베이비부머세대) (사진제공=한국은행)

세대와 부채 수준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진입과 자산 형성기를 거치며 환율 변동을 직접 몸으로 겪어온 X세대는 고환율 환경에서도 소비 감소를 완화하는 적응력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고환율 위기를 체감한 기간이 짧은 MZ세대는 환율 급등 시 소비 위축 반응이 유의미하게 크게 나타났다.

이밖에 총자산 규모가 작거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차주 가계일수록 환율 급등에 따른 적응적 소비 행태가 더 강한 모습도 포착됐다. 부채 상환 부담이 큰 한계 가계일수록 환율 변동성 확대 시 재무적 타격을 방어하기 위해 소비 지출을 더 민감하게 재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가계가 반복적인 환율 급등을 겪으면서 경제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정책당국 역시 단순 단기 충격 완화 대책에 머물지 않고, 경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가계의 합리적 적응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가계의 적응적 소비행태가 취약계층과 특정 세대를 중심으로 불균등하게 나타나는 만큼, 적응 과정에서 계층 간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도록 맞춤형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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