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낮 전남 영광 앞바다. 선착장으로부터 1시간 정도 바다를 달리니 수평선 위로 새하얀 기둥이 하나둘 솟아올랐다. 마치 성냥개비 같았던 구조물은 배가 가까워질수록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 112m, 블레이드 길이 82.5m의 터빈 60여개가 바다 위 기다랗게 늘어서 있었다. 설비용량 국내 최대규모인 364.8MW급 낙월해상풍력 발전단지다.
이날 비교적 가까이서 바라본 풍력 블레이드는 육안으로 보기에 극소수만 느리게 움직이는 듯했다. 선상에서 만난 정종영 명운산업개발 사장은 "블레이드는 풍속 초속 3m 이상이면 돌아가는데 지금은 2.5m 정도"라며 "배가 움직이고 있어 바람이 많이 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지금은 바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명운산업개발은 낙월해상풍력 조성사업의 시행사인 낙월블루하트의 모회사다.
이 광경을 보기까지는 꼬박 4시간 넘게 걸렸다. 오전 7시 30분 세종시에서 대절버스를 타고 출발해 3시간 30분가량 달려 전남 영광 오도선착장에 도착했다. 직원이 버스에서 멀미약을 건넸지만 복용하지 않고 CTV(승무원수송선) '벤투스 카멜리아'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도 생각보다 흔들림은 크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1시간 남짓. 20km 정도 달린 끝에 낙월해상풍력 현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낙월해상풍력은 전남 영광 낙월면 송이도 인근 해역에 조성 중인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 사업이다. 5.7MW급 터빈 64기를 설치해 국내 최대 규모인 총 364.8MW의 발전설비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2019년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뒤 환경영향평가와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등을 거쳐 2024년 3월 해상공사에 착수했다. 연내 준공이 목표다.
지난달 28일 기준 전체 공정률은 96.6%. 해저면에 박는 모노파일(MP)과 그 위에서 터빈을 연결하는 트랜지션피스(TP) 설치를 모두 마쳤다. 풍력터빈은 64기 가운데 60기, 내부망 해저케이블은 70회선 중 62회선까지 설치됐다. 45기는 이미 발전기 시운전 중이다.
바다 위 눈에 들어오는 것은 터빈뿐이지만, 전기를 만드는 과정은 더 복잡하다. 터빈에서 생산된 전기는 33kV 내부망 해저케이블을 거쳐 154kV의 외부망을 통해 육상 변전소와 연결된다. 이를 위해 바다 아래에는 내부망 70회선과 외부망 2회선이 구축된다.
해상풍력의 경제성은 단순히 바람이 세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계측기를 설치해 사업지에 1년간 풍황 데이터를 모은 뒤 예상 발전량을 확률적으로 계산한다는 것이 정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돌려보니 발전량이 좋았다"며 "바다가 깊고 거칠고 멀리 떨어질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를 밸런싱해 사업성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바다 위 발전소'를 세우기 위해 투입된 선박은 83척이다. 모노파일을 해저에 박는 작업부터 TP·터빈 설치, 해저케이블 매설까지 공정별로 전문 선박이 달라진다. 국내 공급망도 대거 참여했다. 터빈은 독일 벤시스 제품이지만 타워는 씨에스윈드, 모노파일은 GS엔텍, 트랜지션피스는 삼일C&S가 공급했다. 포스코·현대제철의 후판과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도 사업에 투입됐다.
오후 2시께 식당이 있는 바지선 '라메르'로 배를 옮겨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뒤 통선 '한우리호'를 타고 육지로 향했다. CTV에서 바지선, 다시 통선으로 갈아타는 과정 자체가 육상 발전소와는 전혀 다른 해상풍력의 작업 환경을 보여주는 듯했다.

다시 바다를 달려 오후 5시께 찾은 낙월해상풍력 통합관제센터에서는 바다에서 본 풍경이 모니터 속 그래픽과 숫자로 바뀌어 있었다. 해상풍력 터빈과 송전망, 변전소의 상태가 한눈에 표시됐다. 각 터빈의 풍속과 출력은 제각각이었고 현장을 오가는 CTV, 유지·보수선 움직임도 실시간으로 화면에 나타났다.
성민수 낙월블루하트 이사는 "관제센터는 64개 해상풍력 터빈과 해저 송전망, 육상 변전소까지 발전 인프라를 실시간으로 감시·제어하는 컨트롤타워"라며 "설비 고장 등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히 파악해 원격 복구와 현장 출동을 지시한다"고 말했다.
낙월해상풍력 조성사업의 남은 공정은 많지 않다. 전체 64기 가운데 남은 터빈 4기와 내부망 해저케이블 8회선 설치를 이달까지 마치고 시운전과 전기안전검사 등을 거쳐 오는 12월 전체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성 이사는 "전력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친환경에너지 발전에 기여하고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선도 역할을 담당하는 발전단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