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25년여 만에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를 비공개로 전환하기에 앞서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예고 없는 갑작스러운 비공개로 '외환당국의 소통 부족' 논란이 일자 한은은 단순 순위 비교의 한계성을 이유로 들며 제도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0일 한은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과 기획재정부(재경부)는 정례 업무 회의 등을 통해 보도자료 내 외환보유액 순위표 삭제 방침에 대해 사전에 의견을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순위표 삭제만을 위한 별도의 공식 회의를 열지는 않았지만, 해당 통계를 계속 포함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공감대가 당국 내에 꾸준히 형성돼 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8월 말 외환보유액' 통계부터 매월 제공하던 국가별 순위표를 제외했다. 한은이 외환보유액 세계 순위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2001년 2월 이후 25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간 시장과 학계에서는 대외건전성 판단을 위해 이 지표를 손쉽게 활용해 왔던 터라, 사전 공지 없는 중단을 두고 통계 이용자와의 소통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은은 단순 순위 비교가 실제 대외건전성을 왜곡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은 측은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는 국가별 경제 규모나 대외 포지션의 차이를 통제하지 않은 단순 지표"라며 "각국의 외환시장 개입 조치나 금 등 특정 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순위가 급변할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주요국 외환보유액 자료는 경제통계시스템(ECOS)이나 IMF 홈페이지를 통해 계속 조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보 이용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ECOS 내 입수 대상 국가를 확충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