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 실태확인원 21명·체험수기 22편 시상…고의 납부 회피 혐의도 포착

밀린 세금을 확인하려고 찾아간 현장에는 10년 넘게 불법 사채업자에게 기초연금을 빼앗긴 80대 노인과 무너질 위험이 있는 집에서 홀로 사는 70대 노인이 있었다. 국세청 체납관리단은 경찰·지자체와 협력해 이들의 피해 구제와 주거 지원을 돕는 한편, 고급 주거단지에 살면서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혐의자도 찾아내 체납자의 형편에 따른 대응에 나섰다.
국세청은 29일 서울지방국세청에서 ‘모범 실태확인원 포상 및 체험수기 수상자 시상식’을 열었다고 30일 밝혔다. 3월부터 활동한 지방국세청 체납관리단의 활동 종료를 앞두고 모범 실태확인원 21명을 포상하고, 체험수기 공모전 수상작 22편을 시상했다.
체납관리단은 8월 말까지 체납자 21만4000명의 실태를 확인하고, 이 가운데 2400명에게 돌봄·의료·주거 등 복지 지원을 연계했다. 생계형 체납자 7345명의 국세 체납액 1208억원에 대한 납부의무도 소멸했다.
현장에서는 체납 사실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위기 상황이 드러났다. 한 세무서 체납관리단은 80대 체납자가 유일한 소득원인 기초연금을 불법 사채업자에게 10년 넘게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 120%가 넘는 고금리와 폭행·협박에 시달리던 이 노인을 돕기 위해 경찰에 사건 접수와 수사를 촉구하고 복지 지원을 연결했다. 경찰은 사건을 정식 접수하고 신변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주거 위기에 놓인 체납자를 도운 사례도 있었다. 한 지방국세청 체납관리단이 방문한 70대 체납자의 집은 외벽과 슬레이트 지붕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지붕을 받치는 합판까지 내려앉은 상태였다. 체납관리단이 복지위기알림앱에 현장 사진을 등록해 주거 지원을 요청하자 지방자치단체는 거주가 어려울 정도로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이 체납자는 이후 지자체와 민간 복지단체의 이주 지원을 받았으며, 생계형 체납 납부의무 소멸을 통해 세금 부담도 덜었다.

현장 확인 과정에서는 고의적 납부 회피 혐의도 포착됐다. 전문가로 활동했던 한 체납자는 월세와 관리비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급 주거단지에 거주하고, 수년 전까지 고액의 강의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국세청은 고의적 납부 회피 혐의자로 보고, 현재 소득과 재산 이전 혐의 등을 확인하기 위한 재산추적조사 대상 선정을 검토하고 있다.
모범 실태확인원 수상자를 대표해 소감을 밝힌 대구지방국세청 소속 전화실태확인원 강미영 씨는 “너무 오래 혼자 견디다 삶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태확인원의 역할은 “단순히 체납액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체납자를 사회와 다시 연결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그분이 오히려 내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고 전했다.
7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체험수기 공모전에는 전국 실태확인원과 운영·동행 공무원 316명이 참여했다. 최우수 2편, 우수 3편, 장려 5편, 참가 12편이 선정됐다. 국세청은 수상작과 우수 사례를 실태확인원 교육자료와 사례 모음집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7개 지방국세청에서 활동하는 500명 규모의 국세 체납관리단은 10월 8일 활동을 마친다. 이후에도 7월부터 전국 133개 세무서에 배치된 국세·국세외 체납관리단 5500명이 현장 활동을 이어가며, 10월에는 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 4000명이 추가로 배치될 예정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국가가 국민을 먼저 찾아가는 체납관리단 활동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라며 “여러분이 확인한 것은 숫자가 아닌 사람이고, 그것이 바로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분들을 지키고 ‘우리 사회의 내일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