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과정서 민원·역고소 노출…제도적 보호 필요”

학생맞춤통합지원 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난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행정업무 부담과 전문인력 부족, 지역별 지원 격차 등 제도 운영의 어려움이 드러나고 있다. 복합위기 학생 지원을 위해 교육지원청의 전문 지원을 강화하고 민원·법적 분쟁에 대한 교원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9일 대전 호텔선샤인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 전면 시행 첫 학기를 돌아보다-현장의 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2026년 제4회 교육정책네트워크 교육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학습·복지·건강·진로·상담 등으로 나뉘어 있던 지원을 학생 중심으로 연계해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지원하는 제도로 올해 3월 전면 시행됐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이길재 충북대 교수는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크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학습과 심리·정서, 경제적 취약, 아동학대 등으로 복합적인 데 비해 기존 지원체계는 사업이나 기관별로 분절돼 있다고도 지적했다.
지역이나 기관에 따라 지원 절차와 기준이 달라 현장 적용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지역별 전문자원의 차이로 학생이 받을 수 있는 지원 여건에도 편차가 발생하고, 기존 사업과 기관별 체계가 함께 운영되면서 연계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문인력 확보와 지역사회 자원에 대한 접근성, 긴급 지원과 정보 공유 체계 등은 학교 현장의 경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라며 “보다 상위 체계에서 지원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 교사들도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 업무 부담을 줄일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학생맞춤통합지원 선도학교를 3년간 운영한 울산 언양중의 최원주 교사는 “현장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 업무를 맡을 때 많이들 지원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행정업무 부담의 실질적인 경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새로운 별도 사업이나 복잡한 공문 처리를 추가하기보다 기존 사업과 조직을 연계하는 체계가 정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상담교사나 교육복지사가 배치되지 않은 학교가 많은 만큼 전문인력과 정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위기 학생에 대해서는 교육지원청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 교사는 “학교 자체가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위기 사안의 경우 교육지원청의 원스톱 접수 및 개입 시스템을 통해 교육청이 거점센터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할 장치도 과제로 제시됐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지원 대상 선정에 따른 낙인감을 호소하거나 지원이 필요한 가정이 개입을 거부하는 경우 교사 개인이 설득 과정에서 민원이나 법적 분쟁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사는 “교원 개인이 이런 역할을 하다 보면 오히려 역고소나 민원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위기 사안에서는 개별 교사가 학부모를 직접 설득하기보다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 전문 전담팀이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다만 제도 시행 이후 학생 지원 방식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각 부서가 학생을 개별적으로 지원하면서 전체 지원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중복 지원, 사각지대가 발생했지만 학생맞춤통합지원 시행 이후에는 학교 내 통합지원체계를 통해 관련 교직원이 함께 학생의 상황을 진단하고 필요한 지원을 논의하는 구조가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사는 “학생을 단순히 문제 학생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학생으로 봐야 한다”며 “교사가 정한 지원을 일방적으로 제공하기보다는 학생이 필요한 도움을 물어보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