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AI를 소유했나’…갈라지는 산업 생태계 [AI 신계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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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자체 모델과 인프라 확보가 산업계에서 새로운 지배력의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체 AI 모델과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확보하거나 특화서비스로 독자적인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기업들은 경쟁 우위에 설 수 있지만, 해외 모델의 앱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빌려 단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비용 부담과 기술 주도권 격차로 우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와 네이버클라우드, 대규모 GPU 클러스터, 검색·쇼핑·페이·콘텐츠 서비스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국내 AI 풀스택(Full Stack) 기업으로 꼽힌다. 모델 개발부터 학습·운영, 서비스 적용까지 전 과정을 내부 생태계에서 수행하는 구조다. 네이버는 7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로부터 총 100억 달러(약 14조6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글로벌 AI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2028년까지 200메가와트(㎿) 규모의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관련 사업에서 매출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구글 역시 컴퓨팅 인프라와 AI 모델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풀스택 AI 전략을 추진 중이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를 중심으로, 오픈AI·앤스로픽은 AI 모델을 중심으로 풀스택 전략을 확장 중이다.

IT 대기업들이 AI 풀스택 전략을 추진하는 배경엔 기술 주도권을 직접 통제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외부 모델의 가격 인상과 정책 변경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축적된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차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외부 AI 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데이터 안전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자체 모델 보유는 보안을 비롯해, 외부 모델의 정책·가격 구조 변화에 종속되지 않아 경쟁 우위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며 "데이터 주권과 이용자 프라이버시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데이터 주권 확보는 특화 서비스 개발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런 특화 서비스와 AI 인프라를 외부에 판매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면 AI 생태계 주도권을 쥘 가능성도 커진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자체 AI과 클라우드 기술 역량을 국방 분야로 넓히며 군의 AI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킬 스위치를 해외 솔루션 업체가 쥘 경우 전장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와 AI 모델, 플랫폼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은 전세계적 추세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예컨대, 독파모(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모델을 보유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독파모는 단순히 자체 모델을 보유하는 것을 떠나 그런 기술력을 보유할 정도의 인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라며 "인재가 있다는 건 운용 가능성과 인프라를 갖추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낸다는 것을 의미"라고 분석했다.

업계가 가장 취약한 사업모델로 꼽는 건 독자 모델이나 특화 서비스 없이 특정 API에 의존해 단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서비스로 독자적인 데이터를 축적하기 어려워 경쟁에서 밀리기 쉽고, 가격 결정권을 갖지 못해 사실상 ‘디지털 임차인’으로 굳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자체 모델을 보유하면서 외부 모델을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나 멀티모델 서비스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2024년 자체 개발 AI 모델 ‘카나나’와 함께 오픈AI의 GPT 등 해외 상용모델을 핵심 서비스에 병행한다. 아마존과 업스테이지는 각각 ‘노바’와 ‘솔라’ 같은 자체 모델을 확보하면서 외부 인프라를 함께 활용한다. 벤처ㆍ스타트업은 오픈AI 와 앤스로픽, 구글의 AI 모델에 법률·의료·교육·제조 등 자사의 특화 서비스를 입히고 있다. 이같은 모델은 자사 모델의 경쟁력을 보완하고, 동시에 특정 업체의 가격 인상이나 장애, 모델 단종으로 인한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개발비 부담 역시 줄일 수 있다.

최 교수는 "핵심은 가성비다. 토큰당 비용이 너무 커지면서 기업들은 낮은 가격에 얼마나 최적화해 접근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크다"며 "인재 확보와 함께 특화 서비스, 소위 버티컬 AI로 승부를 거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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