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제상표권 11.3%↑⋯세계 10강 중 유일 ‘헬스’ 1위 [K브랜드의 방패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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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제상표 출원 2451건⋯세계 9위
상표권, 사후 방어막서 진출 인프라로 인식 변화
“K뷰티 중소 브랜드도 진출 전 권리 선점 나서”
아마존 브랜드 등록ㆍ위조품 차단에 현지 상표권 필수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7일 화장품의 날을 맞아 문을 연 K-뷰티 체험관에서 시민들이 홍보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한국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들어가기 전 ‘간판’부터 세우고 있다. K뷰티를 비롯한 소비재 기업의 해외 진출이 빨라지면서 상표권을 제품이 성공한 뒤 챙기는 권리가 아니라 시장 진입에 앞서 확보해야 할 사업 인프라로 보는 인식이 확산했다. 특히 해외 플랫폼에서 브랜드 등록과 위조품 차단에 상표권을 직접 활용하면서 ‘출원→등록→권리 행사’로 이어지는 보호 전략도 한층 촘촘해졌다는 평가다.

28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마드리드 연례보고서 2026’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권리자가 보유한 유효 마드리드 국제상표 등록은 전년보다 1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유효 국제상표 등록이 2.4%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약 4.7배에 달한다. 마드리드 제도는 한 번의 신청으로 여러 나라에 상표 보호를 요청하는 제도다.

WIPO는 한국과 중국ㆍ싱가포르ㆍ미국을 유효 국제상표 등록 증가세가 두드러진 주요 국가로 꼽았다. 전 세계에서 효력이 유지되고 있는 마드리드 국제상표 등록은 지난해 94만3743건이었다.

새로 해외 상표 확보에 나서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지난해 한국의 마드리드 국제상표 출원은 2451건으로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4.6% 늘어 세계 10대 출원국 가운데 영국·일본과 함께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면 미국·독일·중국 등 상위권 국가를 포함해 10개국 중 7개국의 출원은 전년보다 감소했다.

한국의 상표 포트폴리오가 다른 주요국과 뚜렷하게 갈리는 지점은 헬스다. WIPO는 국제상표가 지정하는 상품ㆍ서비스를 10개 산업군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포함한 연구ㆍ기술 분야가 전체 출원의 22.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의약품ㆍ건강ㆍ화장품 등을 포괄하는 헬스 분야는 12.8%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세계 10대 마드리드 출원국 가운데 한국만 순서가 뒤집혔다. 보고서는 “마드리드 국제상표 출원 상위 10개국 가운데 9개국은 연구ㆍ기술 분야의 출원 비중이 가장 컸지만 유일하게 한국만 헬스 분야가 최대 출원 분야였다”고 짚었다.

▲(이미지=AI 생성)

이처럼 한국의 국제상표권 확보가 빠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 방식 자체가 달라진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뒤 상표권을 확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진출 전 주요 시장의 권리를 먼저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상은 남아이피그룹 특허법인(유) 변호사ㆍ변리사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우리 기업들이 상표권을 해외 진출 이후에 확보하는 권리가 아니라 시장 진입 전에 선점해야 할 사업 인프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진 결과라고 본다”며 “현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 진출 초기 단계부터 주요 시장의 상표 가능성을 검토하고 마드리드 국제출원을 통해 권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사례가 과거보다 뚜렷하게 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만 헬스 분야가 최대 출원 분야로 나타난 데에는 K뷰티를 비롯한 소비재 산업의 특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서일효 특허법인 BLT 변리사는 “화장품은 브랜드 자체가 자산인 산업이고 중소 브랜드까지 플랫폼을 통해 곧바로 해외로 나가다 보니 다른 출원 대국들과 달리 한국은 브랜드 중심 소비재가 국제상표의 주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아마존 등 주요 글로벌 플랫폼이 입점이나 위조품 대응 과정에서 현지 상표 등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상표권이 사실상 진출의 전제 조건이 된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한국 기업의 해외 브랜드 보호전략이 단순히 진출 대상국에서 상표ㆍ디자인권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단계를 넘어 권리화한 지식재산권(IP)을 현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보호체계와 연계해 실제 유통현장에서 행사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워싱턴 D.C. 지식재산센터는 “미국 아마존을 주요 판매채널로 활용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미국 상표권 확보를 전제로 플랫폼에 브랜드를 등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침해상품의 상시 모니터링 및 신고·차단까지 연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재 기업을 중심으로 브랜드명·로고뿐만 아니라 제품 외관, 패키지 등으로 보호대상을 확대하고 해외 상표 선점 및 온라인 위조상품 유통을 사전에 모니터링하는 등 보다 복합적인 IP 보호전략을 수립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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