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개혁을 넘어 모범 관행 정착과 이사회의 실질적 주주 보호, 기업의 투명한 소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패널토론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자본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로 '제도의 현장 안착과 실효성 확보'를 꼽았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몇 년간 법·제도적 측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놀라운 발전이 있었다"며 "2025년 상법 개정으로 주주 충실의무가 도입된 것을 비롯해 자사주 강제 소각,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투자자 보호 정책이 이렇게 단기간에 집중 실행된 나라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프리미엄으로 가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했다면, 이제는 시장과 투자자, 경영자의 시간이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최우선 과제로 모범 규준 등 '소프트 로(Soft Law)'의 정비를 꼽았다. 법에 일일이 명시되지 않은 유상증자나 기업공개(IPO), 계열사 간 합병 과정에서의 주주 보호 절차를 시장의 모범 관행(베스트 프랙티스)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이러한 제도 개선이 지속될 수 있을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한국은 성인 인구의 30~40%인 1500만명이 주식 투자를 하고 있고, 이들이 주주총회에는 안 가도 총선이나 대선 등 정치적 투표에는 참여하고, 투자자 보호가 정치·사회적 핵심 의제가 됐기 때문에 일시적 흐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전체 주주로 확대된 만큼, 이제는 현장에서 실제로 주주 이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라고 짚었다.
이 실장은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인수합병(M&A)이나 계열사 간 거래 시 독립이사로만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사전에 안건을 검토·승인할 필요가 있다"며 "중요 안건의 경우 이사회 의결 내용이 일반주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공시해, 이사회가 전체 주주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렸는지 확인하는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주 보호 제도의 실효성 강화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실장은 "물적분할 반대 주주에게 부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의 경우, 단순히 과거 주가를 평균해 가격을 산정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자산·수익가치를 종합 반영한 '공정가치(Fair Value)' 평가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며 "특히 이해충돌 거래는 독립된 외부 기관이 산정한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는 제도 역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배정 물량 비율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 중복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주가 하락폭을 공모가 산정 시 할인율 등으로 반영해야 모회사 주주가치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장 감시를 위한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 실장은 "국민연금은 국내 상장사 대부분에 6~7% 지분을 보유해 단독으로도 의결권 영향력이 있지만, 지분율이 1% 내외인 대다수 국내 자산운용사는 '협력적 주주활동'이 필수적"이라며 "기관들이 공동으로 기업과 대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협력적 주주활동 시에는 '공동보유자(5% 룰)' 규제에서 예외를 인정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성장이 주주의 장기 이익으로 예측 가능하게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 내 '자본배분 원칙' 포함 △기업 성과의 공정한 배분 확신 △혁신 기업의 정보 접근성 제고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센터장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이라도 수익성 부진, 자본구조 문제, 주주환원 불투명성 등 원인이 모두 다르다"며 "기업이 저평가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 설명하고, 향후 설비투자와 현금흐름을 어떤 원칙에 따라 배분할 것인지 예측 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고 짚었다. 기업 구조재편 시에도 왜 해당 방식의 자금 조달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투자자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술 혁신 기업은 당장의 이익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만큼, 기술 상용화 단계나 고객 확보 현황, 현금 부족 상태 등을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며 "기업과 거래소 차원에서 기업설명회(IR) 인력에 대한 수시 교육을 강화해 시장 및 애널리스트와의 소통 창구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