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는 유통에 맞는 저작권 보호체계 필요”

전문가들은 해외 K콘텐츠 불법유통을 줄이려면 국내 접속 차단 이후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불법 사이트가 운영되는 나라에서 운영자를 추적하고 현지 기관이 저작권 침해를 직접 찾아낼 수 있도록 기술과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정부는 불법 사이트의 국내 접속을 차단하는 한편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 사이트 폐쇄와 운영자 검거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피해 확산을 막고 현지에서 불법유통의 근원을 끊는 두 대응을 연결하는 것이 과제다.
민흥기 나사렛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해외 불법유통은 국내 접속을 차단하는 현재의 범정부적 조치를 더욱 공고히 함과 동시에 현지에서 운영자를 추적하는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며 “ 긴급차단으로 피해 확산을 막는 한편 현지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사이트 폐쇄와 운영자 검거까지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 국가와의 협력망을 넓혀 K콘텐츠 보호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문체부는 올해 6월 베트남 공안부와 공조해 웹툰 불법유통 사이트 3곳을 폐쇄하고 운영자 2명을 검거했다. 지난달에는 경찰청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네이버웹툰 등이 협력해 북아프리카 지역의 사이트 3곳을 폐쇄하고 운영자 1명을 검거했다. 국내 접속 차단을 넘어 현지에서 사이트 운영을 중단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운영자 검거와 함께 현지 기관의 상시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해외 저작권 보호 협력 및 글로벌 기반 구축에 관한 연구’를 통해 “해외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콘텐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서 불법 사이트 탐지 및 차단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불법 유통 자동 탐지 기술 등 저작권 보호 기술 전파를 통한 글로벌 협력을 통해 해당국을 지원하고 협력적 대응을 요구한다면 전보다 적극적인 침해 예방 및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기술 협력은 정부 간 논의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지난 5월 하노이에서 열린 정부 간 회의와 저작권 포럼에서 AI를 활용한 저작권 침해 감시와 불법유통 차단 기술을 논의했다. 양국은 콘텐츠 불법유통 근절을 위한 협력 방안도 함께 살펴봤다.
국내에서는 정부와 콘텐츠업계가 해외 침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문체부가 2019년 출범시킨 ‘해외지식재산보호협의체’에는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민간 협회·단체가 참여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대응 상황을 공유하고 민간에서는 현장의 의견을 전달한다. 현지 기관과의 협력을 이어가려면 국내에서도 침해 정보와 업계의 요구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장근 국립공주대학교 영상학과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의 유통은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저작권 보호는 여전히 국가별 제도와 대응체계에 의존하고 있다“며 ”불법 사이트에 대한 개별적인 단속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유통 환경의 변화에 맞는 저작권 보호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K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이 지속가능한 산업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콘텐츠의 합법적인 유통과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