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추가 인력·비용 부담”…현장 기사도 반발
새벽·당일배송 확대 속 소득·근무 선택권 우려

정치권이 택배기사의 야간근무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면서 업계와 현장 기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새벽·당일배송 경쟁이 확대되는 가운데 업체들은 인력·비용 부담 증가를, 야간근무를 선택한 기사들은 소득 감소와 근무 선택권 축소를 우려한다.
27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와 한국노총 전국택배산업노조는 최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기사 주5일제 도입과 함께 소득 감소를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근무일을 줄이더라도 배송 건수 감소에 따른 수입 하락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야간작업 자체를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자정부터 오전 5시를 포함해 연속 7시간 이상 수행하는 작업을 야간작업으로 규정했다.
야간작업은 하루 최대 10시간으로 제한, 1주 평균 하루 8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연속 야간작업은 최대 3일, 월간 야간작업은 최대 12회로 제한한다. 작업 종료 후에는 최소 11시간의 연속휴식을 보장하도록 했다.
함께 발의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은 택배사업자와 영업점이 야간작업 시간과 연속근무, 휴식시간 등을 준수하도록 했다. 야간작업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른 할증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또 집화·배송 외 업무를 원칙적으로 맡길 수 없어 추가 업무를 맡기기 위해선 서면 합의를 거쳐 별도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업계와 현장에선 이 같은 규제가 현실과 동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택배업체들의 비용 부담으로 서비스가 저하되고 결국 소비자 불편까지 불러올 수 있어서다.
실제로 택배업체들은 인력 운용과 비용 증가 걱정이 크다. 택배는 밤사이 허브터미널에서 물량을 분류해 아침 일찍 각 지역으로 보내는 구조다. 야간근무 가능 횟수가 줄면 기존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교대조를 늘리거나 추가 인력을 뽑을 수 밖에 없다. 할증보수와 추가 업무 대가까지 더해지면 수익성 때문에 물류 원가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진다.
이커머스 업체들과 함께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기존 택배사들도 새벽·당일·휴일배송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야간 인력 운용 비용이 커질 경우 빠른 배송 서비스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야간 배송을 하는 현장 택배기사 역시 야간근무 규제는 근무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불만 여론이 거세다.
쿠팡노동조합과 비노조택배연합,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는 8일 공동성명을 내고 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근무시간과 횟수를 일률적으로 줄이면 야간근무를 선택해 소득을 확보해온 기사들의 수입이 감소하고,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한 겸업으로 전체 노동시간이 오히려 늘 수 있다는 주장이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가 지난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영업점 소속 택배기사 33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7.7%가 야간배송 월 12회 제한에 반대했고 작업시간을 법으로 일률 제한하는 방안에도 95.9%가 반대했다.
야간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면서도 기사들의 소득과 근무 선택권, 택배업계의 비용 부담과 빠른 배송 서비스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야간근무 제한이 법제화되면 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현재도 이익이 크지 않은 상황인 만큼 사업이 위축될 뿐 아니라, 관련 서비스 타격으로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