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너무 까탈스럽다"⋯협상 막전막후 [대미투자 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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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목요일부터 화요일까지 밤샘 협상…공무원 새가슴에 쫄면서 진행" 토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정부의 대규모 대미 투자 프로젝트 타결 이면에는 '원리금 회수'라는 상업적 합리성을 얻기 위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와 깐깐한 옥석 가리기가 숨어 있었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대미 투자 관련 국회 보고를 마친 뒤 백브리핑을 열고 그간의 치열했던 협상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상히 밝혔다.

당초 지난달 17일로 예정됐던 국회 보고가 순연된 것에 대해 김 장관은 "막대한 국부가 투입되는 만큼 투자금 회수 안전장치 등 합의문의 문구 하나하나, 표현 하나를 두고 미국 측과 치열하게 조율하느라 목요일부터 화요일까지 밤샘 협상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미국 측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장관에 따르면 이번에 제1호 대미투자 사업으로 확정된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외에도 협상 과정에서는 다양한 후보지가 물망에 올랐다.

미국 측은 당초 모 지역의 건설 사업을 제안했으나 우리 정부는 엄격한 상업적 합리성 및 원리금 회수 기준에 비춰 해당 사업을 우선 순위에서 제외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검증 과정에서 미국 측이 "한국이 너무 까탈스럽다"고 여길 정도로 험난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결국 1호 사업 선정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미국 측이 가스 공급업체와 1위 발전사 등 신뢰할 만한 파트너들을 보강해 다시 들고 온 카드가 바로 이번 텍사스 프로젝트였다고 김 장관을 설명했다.

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 비즈니스 마인드의 차이도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김 장관은 "미국 글로벌 회사들은 높은 불확실성(리스크)을 금융 기법 등으로 헤징(hedging)하며 사업을 즐기는 반면 우리는 '공무원 새가슴'이라 얼마나 쫄면서 협상했는지 모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대형 원전 8기를 짓는 과정에서 얽힌 웨스팅하우스와의 묘한 신경전도 공개됐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천 설계 기술을 가졌지만, 2배가 넘는 공사비 초과(코스트 오버런)와 공기 지연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김 장관은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시장에 자기들 노형(AP1000)보다 효율이 좋은 한국 원전(APR1400)이 들어오는 것을 수치스러워하며 '당신 같으면 당신보다 좋은 물건이 들어오는 걸 허용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웨스팅하우스는 설계 기술은 있지만 정작 제대로 시공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과거 코스트 오버런의 악명을 떨치고 미국 시장 안착을 위해 한국의 우수한 시공(EPC) 및 기자재 능력이 절실했던 미국 측과 원전 종주국 진출을 노린 한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완벽히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미 투자가 단순한 경제성을 넘어 미국의 통상 압박을 관리하기 위한 거시적 방어막 성격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미국이 통상 무기로 관세 인하뿐 아니라 캐나다 등의 사례처럼 수입 물량 자체를 통제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며 "올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우리가 타깃이 될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 변동성이 적은 발전소 투자를 통해 원리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하는 동시에, 당초 미국 정부가 약속했던 '15% 관세 상한선' 유지 스탠스도 재차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를 거론하며 "처음 협상을 시작할 땐 칠흑 같은 밤안개 속에 있는 느낌이었지만, 결국 안개 위로 올라가 전체 판(통상 환경 관리)을 봐야 했다"고 회고했다.

또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언급하며 "우리 경제를 어둡게 할지, 아니면 별처럼 빛나게 할지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했다"며 "험난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꿋꿋이 고비를 헤쳐 나가는 빛나는 별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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