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수서 대규모 복합개발 추진

글로벌 랜드마크의 기준이 건물의 높이에서 주거·업무·숙박·문화 기능을 한데 모은 '직주락(職住樂)'형 복합개발로 확장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용산과 성수를 중심으로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100개 가운데 복합용도 건축물은 50개로 절반을 차지했다. 오피스 단일 용도는 37개, 주거 단일은 10개, 호텔 단일은 3개였다. 복합용도 건축물은 2017년 이후 가장 큰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CTBUH는 2025년 보고서에서 오피스 공실률이 상승하면서 높이 200m 미만의 기존 건물도 주거와 호텔, 복합용도로 전환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국의 도시계획 제도도 복합개발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은 국가전략특별구역을 통해 도쿄 도심의 고밀·복합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한국도 2024년 8월 도시혁신구역과 복합용도구역 등 공간혁신구역 제도를 시행했다.
2023년 11월 문을 연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힐스는 연면적 86만1700㎡ 규모로 오피스와 주거시설, 호텔, 상업시설 등을 갖췄다. 높이 330m의 모리JP타워 상부에는 아만 레지던스 도쿄가 들어섰고 인근 건물 저층부에는 아만의 신규 브랜드 '자누 도쿄'가 세계 최초로 문을 열었다. 국제학교와 예방의료센터도 조성돼 근무 인구 2만 명, 거주 인구 3500명 규모의 생활권이 형성됐다. 연간 방문객 목표는 3000만 명이다. 인근 도라노몬힐스와 롯폰기힐스에는 구글과 텐센트, 월트디즈니 등이 입주해 있다.
영국 런던의 배터시 화력발전소는 1983년 가동을 멈춘 뒤 방치되다 2022년 복합공간으로 재개장했다. 기존 외관을 보존한 채 내부를 6층 규모로 개조했고 과거 보일러실이 있던 자리에는 애플 영국 본사가 들어섰다. 주변에는 주거시설과 호텔, 오피스가 함께 조성됐다. 개관 이후 2년간 방문객은 2200만 명을 넘었고 입점 상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했다.
방치된 철도 부지였던 런던 킹스크로스도 주거와 업무, 상업 기능을 갖춘 지역으로 바뀌었다. 구글 영국 본사와 메타, 부킹닷컴, 세인트마틴 예술대학 등이 들어섰다.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는 철도 차량기지 상부 11만여㎡에 250억 달러를 투입해 16개 타워를 세웠다. 오피스와 주거, 호텔뿐 아니라 공연예술센터 '더 셰드'도 조성했다.
서울에서도 고밀·복합개발을 위한 제도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3월 시내 역세권 325곳을 일자리와 주거, 문화·여가가 결합한 공간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밀·복합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일반상업지역 기준 용적률을 최대 1300%까지 허용한다.
대표적인 사업은 용산국제업무지구다. 국제업무존에는 프라임 오피스와 마이스(MICE;회의·관광·컨벤션·전시),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업무지원 존에는 주거와 교육, 문화시설이 조성된다. 국제업무 존은 용도지역을 중심상업지역으로 상향해 용적률을 최대 1700%까지 적용한다.
성수에서도 복합개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현대오토에버와 G마켓이 사옥 이전을 예고했고 무신사와 SM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입주했다. 크래프톤도 대규모 업무시설을 개발하고 있다.
성동구가 한양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분석에 따르면 성수동의 경제적 가치는 2014년과 비교해 약 33조3000억원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 지출액은 2018년 133억원에서 2024년 1989억원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기업과 관광객 수요가 늘었지만, 대형 업무·숙박시설은 부족한 상황이다. 성수의 대형 오피스는 지상 33층, 연면적 약 11만㎡ 규모인 디타워 서울포레스트가 사실상 유일하다. 서울시 관광호텔 등록 현황을 보면 성동구 관광호텔은 7곳, 220실이며 5성급 호텔은 없다. 강남구가 5성급 호텔 2216실을 보유한 것과 차이가 크다.
옛 삼표레미콘 부지에서는 이러한 시설을 한데 모은 복합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7월 '성수동1가 683번지 복합용지 개발사업' 건축심의안을 통과시켰다. 이곳에는 지상 81층 주거동과 53층 업무복합 동으로 구성된 삼표글로벌랜드마크(SGL)가 들어선다. 공동주택 403가구와 오피스텔 61실, 호텔 130실을 비롯해 업무·상업·문화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저층부에는 시민 개방형 공유공간을 마련하고 서울숲과 한강, 응봉산을 잇는 보행·녹지 축을 조성한다. 2027년 착공해 2032년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랜드마크는 초고층의 상징성에 주거와 업무, 숙박,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기업과 관광객이 몰리는 성수에 대규모 오피스와 고급 숙박, 주거 기능이 더해지면 SGL이 성수를 대표하는 직주락형 복합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