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생산비·인력 확보·기술관리까지 새 과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자국화 압박이 거세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 생산 확대 여부가 새로운 경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대 AI 시장인 미국 고객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산비와 전문인력 확보, 첨단기술 관리까지 감안하면 현지화가 확대될수록 기업들의 투자 셈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텔의 미국 오하이오 생산시설 일부를 활용해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공장 일부를 임차하거나 인텔 등과 협력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현실화하면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첫 사례가 된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도 미국 내 낸드플래시 생산시설 구축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다롄에 집중된 생산 기반을 다변화하고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반도체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두 사업 모두 아직 검토 단계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미 텍사스를 미국 반도체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기존 오스틴 공장을 운영하는 동시에 테일러에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와 AI 반도체 기업 등 주요 고객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현지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현지 생산은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10년간 운영하는 데 드는 총비용은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보다 약 30% 높다. 중국과 비교하면 비용 격차가 37~50%까지 벌어진다. 각종 세제지원과 보조금이 비용 차이를 일부 줄이고 있지만 미국 내 생산 자체의 구조적인 비용 부담은 여전히 크다.
생산기술 관리도 과제다.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는 장비만 옮긴다고 동일한 생산성이 확보되는 산업이 아니다. 수율을 끌어올리는 공정 노하우와 숙련 인력이 경쟁력인 만큼 첨단 제품 생산을 미국으로 확대할 경우 핵심 기술과 인력을 어떻게 배치할지도 중요해진다.
국내외 투자 간 자원 배분 문제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에서도 용인과 평택, 청주, 호남 등에 대규모 신규 생산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미국 투자가 추가될수록 설비투자 재원은 물론 엔지니어와 장비 등 한정된 자원을 어느 생산거점에 먼저 배치할지 선택해야 한다.
미국 현지 생산 확대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비용을 요구하는 양면성을 갖는다. 업계에서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되 국내 첨단 생산기반과 기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산거점별 역할을 명확히 나누는 전략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