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유도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부동산 관련 시장의 기대심리가 꺾이지 않는 한 다주택자 대부분이 집을 처분하지 않고 버틸 것이라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집값 상승 기대 심리를 확실히 제어하지 못할 경우 정부 대책의 매물 출회 효과가 극히 제한될 수 있다는 경고다.
22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6년 9월)’ 보고서 내 ‘8월 부동산대책 이후 주택시장 및 가계대출 동향’ 보고서에서 8ㆍ13 부동산대책과 관련해 "이번 대책으로 주택 공급에 속도가 붙는다면 수급 불균형이 완화돼 가격상승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신규주택이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대책 효과는 향후 주택가격 기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집을 여러 채 보유 중인 다주택자들이 미래 주택 가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매도 유인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 분석 결과 향후 5년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과거 전국 평균 수준인 1.1%나 수도권 평균인 3.5%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기대할 경우, 양도세 완화 첫해인 2027년 중 주택을 매도할 유인이 있는 다주택 가구 비중은 각각 30.4%, 19.8%로 추정됐다.
반면 서울 아파트 시장의 연간 가격 상승률인 8.2% 수준의 상승 기대가 유지될 경우, 매도 유인을 갖는 다주택 가구 비중은 8.9%로 급락했다. 다주택자 91.1%, 즉 10명 중 9명 이상은 양도세 인하 혜택을 주더라도 집을 팔지 않고 보유하겠다는 선택을 내린다는 의미다.
실제 8월 대책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국지적 ‘풍선효과’와 매수세 지속 흐름이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세부담 강화 직격탄을 맞은 강남 3구는 대책 직전(7월 27일) 대비 강남구(-1.28%), 서초구(-0.94%)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송파구(0.34%)가 주춤한 반면, 상대적으로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비강남권 외곽 지역은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
대책 발표 이후 9월 14일까지 중랑구(3.46%), 성북구(3.36%), 서대문구(3.15%), 강북구(2.92%) 등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가격은 3%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가주택 규제에 따른 반사효과와 실수요자 대출 문턱이 맞물리면서 매수세가 중·저가 시장으로 옮겨붙은 영향이다. 임대차 시장 역시 매매가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 주택 전세가격 상승률은 7월 0.7%대까지 치솟았고, 월세 가격 역시 높은 상승폭을 기록하며 임대료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가계대출은 2분기 중 주택관련대출(+12.2조 원)과 주식투자용 기타대출(+12.8조 원)이 동반 확대되며 가파르게 늘어났다가, 8월 들어 금융기관들의 자체 총량한도 도달로 일시 둔화됐다.
이에 대해 한은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실수요자 자금 애로를 완화하기 위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목표를 기존 1.5%에서 3.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 데다,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대출 한도가 늘어난 상황에서 상승 기대가 꺾이지 않을 경우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빚이 다시 급팽창할 위험이 상존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한은 관계자는 "공급 대책의 신규 주택이 실제로 시장에 풀리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정부 대책의 성패는 향후 집값 상승 기대를 얼마나 신속히 진정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며 "주택가격 기대심리 안정을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의 강화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흐름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