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능력에 더해 지적재산권도 경쟁력↑
국내, 기술력과 생산을 연결하는 것이 과제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이 커지면서 기술력은 물론 생산 역량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ADC 생산과 기술 역량을 강화했다. 국내에서는 생산시설과 접합 기술을 각각 확보했지만 서로 다른 기업에 분산된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제로 꼽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경보제약 등은 ADC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관련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ADC 시장 성장에 대응해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생산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12월 4층 규모의 ADC 전용 생산시설의 기계적 완공을 달성했고 지난해 3월 가동을 시작했다. 해당 시설에는 500리터 규모의 접합 반응기를 갖췄으며 2027년 1분기까지 ADC 완제의약품(DP) 전용 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에 약 1억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한 ADC 생산시설을 가동했다. 최대 1000리터 규모의 접합 반응기를 갖췄으며 항체 생산부터 접합까지 한 곳에서 수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보제약은 충남 아산에 960억원을 투자해 ADC CDMO 시설을 구축 중이다. 올해 말 준공한 뒤 2027년 3분기까지 검증을 거쳐 임상용 시료 생산을 시작하고 향후 상업용 생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체 약물·링커와 접합 기술을 기반으로 전임상부터 상업화까지 원스톱 공급망 구축을 추진한다.
ADC는 항체와 페이로드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약물의 안정성과 효능 등이 달라질 수 있어 접합 기술이 ADC의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ADC CDMO 기업들이 생산시설뿐 아니라 자체 접합 기술 확보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론자는 2023년 ADC 기술기업 시나픽스를 인수해 링커와 페이로드, 접합 기술 등을 확보하고 기존 제조 역량과 결합해 ADC 개발·생산 서비스를 확대했다. 우시XDC도 그룹 내에서 페이로드와 링커 등을 연계해 ADC 개발부터 생산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접합 기술을 확보하면 기술 자체에서 발생하는 수익뿐 아니라 후속 생산 공정까지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특정 접합 플랫폼을 적용해 ADC 후보물질을 개발하면 이후 공정 개발과 접합·정제, 분석, 완제 생산 과정에서도 해당 기술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CDMO의 역할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경쟁력 있는 ADC 접합 기술이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콘쥬올(ConjuAll)’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앱티스는 ‘앱클릭(AbClick)’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리가켐바이오는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문제는 국내 ADC 접합 원천기술과 대규모 생산시설이 서로 다른 기업에 분산돼 있다는 점이다. 국내 CDMO 기업들은 생산능력과 공정 역량을 확대하고 있지만 페이로드와 링커, 접합 지식재산권(IP) 등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보다는 파트너사 등으로부터 원료와 기술을 이전받아 공정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생산시설과 자체 접합 플랫폼을 결합한 사업모델은 아직 구축 단계인 셈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외부 기술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기술 내재화에 나섰다. 대표적인 전략이 ‘ADC 툴박스’ 구축이다. CDMO가 다양한 페이로드와 링커, 접합 기술 등을 확보해 고객사가 후보물질 특성에 맞는 기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초기 후보물질 개발부터 공정 개발과 생산까지 ADC CDMO 사업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리가켐바이오, 에임드바이오 등과 국내 ADC 플랫폼을 구축 중이고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카나프테라퓨틱스, 앱티스 등과 ADC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생산설비 확대와 함께 외부에 분산된 ADC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범위를 넓히려는 전략이다.
ADC CDMO 시장이 성장할수록 생산시설 자체보다 원천기술과 제조 역량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이 생산능력 확대에 이어 자체 기술 확보와 라이선스,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분산된 ADC 역량을 연결할 수 있을지가 글로벌 CDMO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관건으로 꼽힌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CDMO를 선택할 때 ADC 전용 시설을 통해 공정 전주기를 자체 수행할 수 있는지, 자체 접합 IP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며 “생산능력은 자본과 시간을 투입해 확대할 수 있지만 IP는 원천기술인 만큼 기술이전과 검증, 상용화까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