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사랑’ 이창동 “타인의 삶을 영화로 만드는 일…평생 고민해온 질문”[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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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미 작가와 공동 각본…시각을 더 열어주는 중요한 도움
노동ㆍ계급ㆍ자본 넘어 두 부부 관계로 확장한 사랑과 자유

▲이창동 감독이 2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가능한 사랑' 시사회·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타인의 삶을 그리는 창작자에게는 언제나 본질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정직하게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삶을 소비하거나 영화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사용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저한테는 평생 품어온 질문입니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에서 노동 문제와 함께 타인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 행위와 창작자가 마주하는 윤리적 고민을 꺼내 들었다.

21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기자간담회에서 이 감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단순하고 쉽게 이야기하기보다는 그 안에 감춰진 여러 복잡한 모습을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과 아내 미옥(전도연), 이들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남편 상우(조인성)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감독은 작품을 노동이나 계급 문제 하나로 한정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보면 해고 노동자의 이야기이고, 계급 간 갈등 같기도 하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윤리나 태도에 관한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며 “또 어떻게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해고 노동자와 가족의 인터뷰, 심리치료 과정도 긴 호흡으로 등장한다. 이 감독은 “일반적인 극영화의 구성법으로 보면 굉장히 길게 느껴지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마치 실제 다큐멘터리처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영화에서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작품의 구상은 10여 년 전 대기업의 대규모 해고와 파업, 강제 진압 사건에서 시작됐다. 이 감독은 당시 영화를 준비하다 중단한 이유에 대해 “과연 그 이야기를 내가 정직하게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노동자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가 이야기 속에 들어오면서 다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예지라는 정체성을 통해 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창작자의 윤리와 태도까지 함께 다룰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우 조인성(왼쪽부터), 조여정, 이창동 감독, 설경구가 2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가능한 사랑' 시사회·기자간담회에서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지와 상우를 통해서는 창작과 자본의 관계도 들여다봤다. 이 감독은 예지가 경제적으로 남편에게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을 언급하며 “예술을 하는 사람, 특히 자본의 도움을 받거나 빌리지 않고서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창작자에게는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도 남의 고통을 자기 것으로 가져와 착취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랑하려는 마음, 그것이 과연 가능하냐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작 ‘버닝’에 이어 오정미 작가와 공동으로 각본을 쓴 데 따른 변화도 언급했다. 이 감독은 자신의 작품 세계에 오래 몰입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안에 갇히는 것을 경계해왔다고 했다. 그는 “오정미 작가는 제가 만나본 사람 중 드물게 저를 두드린다고 할까, 제가 좀 더 열린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며 “스스로 변화하고 싶었던 저에게 꽤 중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 수상에 대해서는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라면서도 “상은 어떤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에게 훨씬 중요했던 것은 이 영화가 처음 세상에 나와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였다”며 작품이 던지는 물음에 관객들이 반응한 점에서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가능한 사랑’은 ‘버닝’ 이후 이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장편 영화다. 23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하며 11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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