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웨이모가 연 자율주행 시대⋯현대차의 ‘아트리아 AI’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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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격차보다 중요한 건 안전”
포티투닷·모셔널 이어 엔비디아와 협력 확대
자동차 제조 경쟁서 AI·데이터 생태계 경쟁

테슬라보다 좀 늦었습니다. 격차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지난해 12월 기아 80주년 행사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에서 현대차가 처한 현실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업체와 테슬라보다 “격차가 조금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격차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전”이라며 현대차가 추구할 방향을 분명히 했다.

9개월이 지나자 현대차그룹은 격차를 좁히기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꺼내 들었다. 2028년 상반기 엔비디아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레벨2+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고, 같은 해 하반기에는 레벨2++ 적용 차량을 선보인다. 이어 2029년 하반기에는 현대차그룹이 자체 개발하는 E2E(End-to-End) 자율주행 시스템 ‘아트리아 (Atria) AI’를 적용한 레벨2++ 차량을 양산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내놓은 해법의 핵심은 단순히 자율주행 기능 하나를 빠르게 내놓는 데 있지 않다. 엔비디아 기술을 활용해 양산 시점을 앞당기는 동시에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자체 AI를 내재화하고,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연간 700만대 이상의 차량을 장기적으로 데이터 생태계에 연결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경쟁이 ‘기능의 경쟁’에서 ‘AI가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느냐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연구실을 나온 자율주행…웨이모·테슬라 경쟁 주도

▲GV90 월드 프리미어 행사 참석한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차)

현대 자율주행 기술은 1980년대 미국 카네기멜런대(CMU)의 ‘내브랩’ 연구에서 싹텄다. 2004년 시작된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자율주행 경진대회를 거치며 기술과 인재가 모였고, 2009년 구글이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 뛰어든 뒤 2016년 웨이모로 독립하면서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됐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초 대학 연구진을 중심으로 무인자동차 실험이 시작됐다. 한민홍 당시 고려대 교수 연구팀은 1992년 교내에서 무인차를 공개하고 1993년 일반도로, 1995년 고속도로에서 시험주행을 진행했다. 이후 정부와 완성차업계가 실증에 참여하면서 자율주행 연구 범위가 확대됐다.

30년 넘게 기술이 발전했지만 상용화의 속도는 업체마다 크게 갈렸다. 국내에서는 아직 완성차업체가 운전자가 주행 책임에서 벗어나는 레벨3 이상 차량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한 사례가 없다. 현대차그룹 역시 현재 양산차에서는 운전자가 주행 책임을 지는 레벨2 기술을 고도화하는 단계다.

자율주행의 두 갈래…웨이모는 로보택시, 테슬라는 데이터

▲42dot 연구원들이 '비히클 워크샵(Vehicle Workshop)'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글로벌 시장에서는 웨이모와 테슬라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용화를 이끌고 있다. 웨이모는 특정 지역에서 운전자가 없는 레벨4 로보택시를 운영하는 반면 테슬라는 감독형 FSD를 양산차에 보급해 실도로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하는 전략을 취한다. 웨이모가 제한된 구역에서 완전 무인 서비스를 먼저 구현했다면 테슬라는 대규모 차량에서 얻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AI와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이다.

중국 역시 바이두 아폴로고·포니AI·위라이드 등을 앞세워 로보택시 운행을 확대하고 있다. 결국 자율주행 경쟁력은 단순한 알고리즘을 넘어 얼마나 많은 실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학습시키느냐의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주행 데이터를 생산하고 AI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컴퓨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늦었다’ 인정한 현대차…2028 엔비디아·2029 자체 AI ‘투트랙’

현대차그룹이 선택한 해법은 외부 기술을 활용해 양산 속도를 높이면서 자체 AI 기술은 내재화하는 방식이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단순히 차량용 AI 칩과 소프트웨어를 공급받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기아 AVP본부와 포티투닷, 모셔널이 각각 사용해온 센서 체계를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10’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표준화해 서로 다른 차량과 조직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하나의 학습 체계로 연결한다.

자체 기술 개발은 포티투닷의 Atria AI가 맡는다. 기존 자율주행 시스템이 인식과 판단, 제어를 각각 나눠 개발했다면 Atria AI는 이를 하나의 AI 모델로 연결하는 E2E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현대차·기아 AVP본부와 포티투닷은 개발 환경과 업무 프로세스, 정보 공유 체계까지 통합해 사실상 하나의 개발팀처럼 운영하고 있다.

결국 두 전략이 만나는 지점은 데이터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데이터 플라이휠’이라고 부른다. 차량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가 이를 학습·검증한 뒤 개선된 모델을 다시 차량에 배포하고, 여기에서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아이오닉 6 기반 SDV 테스트베드 차량 내부. 문현호 기자 m2h@

현대차·기아가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와 지역에서 연간 700만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점은 잠재적인 강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40여대의 데이터 수집 전용 차량을 주야간으로 운영하며 도로공사와 악천후, 급격한 차로 변경, 이면도로 주정차 차량 등 실제 주행에서 나타나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수집량 자체보다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골라내느냐도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은 AI가 판단하기 어려워하는 상황을 자동으로 찾는 ‘하드 이그잼플 마이닝’과 신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학습시키는 ‘컨티뉴어스 트레이닝’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 도로에서 반복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상황은 3차원 가상환경으로 재현해 검증한다.

향후에는 현대차·기아와 포티투닷, 모셔널 등 서로 다른 조직의 데이터를 동일한 체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유니언’도 구축한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대규모 양산 역량을 실제 자율주행 AI의 학습 속도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가 늦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제시했다. 결국 현대차의 과제는 안전과 속도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다. 포티투닷과 모셔널, 엔비디아를 연결해 더 많은 실도로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시키고 이를 다시 차량에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웨이모와 테슬라가 먼저 연 자율주행 시대에서 현대차의 격차 축소 여부도 결국 이 데이터 플라이휠의 속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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