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손실을 만회하려고 반복적으로 ‘물타기’에 나서는 행동이 불안과 본전 심리에 따른 충동적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방송된 YTN 라디오 ‘조태현의 생생경제’(진행 서동주 변호사)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물타기 심리와 주가 하락장에서의 대응 방법을 짚었다.
박 전문의는 사전에 세운 계획 없이 반복하는 물타기를 일종의 중독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파민이 지나가면 우리한테 남는 건 불안뿐”이라며 “손실 회피와 ‘내가 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에 실수를 없던 일로 만들려고 무리하게 물타기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추가 매수가 냉정한 판단보다 불안에 따른 충동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봤다. 박 전문의는 “물타기는 어떤 계획에 따라 처음부터 준비된 행동이 아니라 성인 ADHD처럼 불안에 기인한 충동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투자자의 매수가나 수익률과 자신을 계속 비교할수록 불안이 커지고, 계획에 없던 추가 매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판단이 지나치게 자주 바뀌는 경우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문의는 “‘이 가격만 오면 바로 팔아야지’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여러 번 손바닥 뒤집히듯 바뀐다면 성인 ADHD를 한번 고민해 봐야 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특정 투자 행동만으로 성인 ADHD를 진단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충동성이 일상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무리한 자금 투입이 일상생활을 흔드는 단계에 이르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박 전문의는 전세자금이나 퇴직금을 끌어다 쓰거나 아파트 계약 잔금까지 물타기에 사용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굉장히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주가 하락 때 추가 매수하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나왔다. 정 연구원은 “물타기가 맹목적으로 나쁜 건 아니다”며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비교해 주가가 충분히 싸졌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다면 추가 매수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격이 떨어졌다는 사실만 보고 매수하는 경우다. 정 연구원은 “주식이 싼 것과 주가가 오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싸다고 평가받더라도 주가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물을 타신 분들은 이유가 없고 전략이 없다”며 투자에 들어가기 전부터 추가 하락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정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개인 투자자의 매수가 몰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언급됐다. 정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굉장히 많이 매수했다”며 코스피가 7000대에 진입했을 당시 개인 순매수가 약 49조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140만원까지 떨어지는 상황을 가정한 질문에는 가격 자체보다 하락 원인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140만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이슈가 나와서 떨어졌는지가 중요하다”며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한 이유로 주가가 하락했다면 추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AI 투자와 관련한 여건 자체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면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박 전문의는 장기간 손실을 본 투자자가 ‘본전만 오면 팔겠다’고 생각하는 심리에도 불안이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너무 시달리다 보면 벗어나고 싶고, 탈출하고 싶고,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감정에 밀려 손절하거나 시장을 완전히 떠나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도 막연히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태도를 경계했다. 그는 주가가 왜 하락했고 다시 오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살펴야 한다며, 특히 AI 관련 종목은 관련 뉴스와 산업 변화에 따라 투자 판단을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