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소비자보호 체질개선 1년⋯거버넌스 구축했지만 ‘체감’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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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보호 중심으로 조직과 감독체계를 개편한 지 1년을 맞았다. 금감원은 민원·분쟁을 감독·검사와 연결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금융상품 설계 단계부터 소비자보호를 적용하는 등 제도적 기반은 갖췄다는 평가를 내렸다. 제도 변화가 실제 금융 현장에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안착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혔다.

금감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최근 1년간의 성과와 향후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2025년 9월 금융소비자보호 실천 결의 이후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을 마련하고 올해를 ‘실질적 금융소비자보호의 원년’으로 정해 조직개편과 감독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해왔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소비자보호는 금융의 곁가지가 아니라 금융이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신뢰의 토대”라며 “소비자보호가 조직 전반에 내재화될 수 있도록 조직과 업무를 재설계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 중심의 거버넌스를 마련하고 각 부문 간 환류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금융상품의 설계·제조부터 판매·사후관리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친 사전예방적 감독을 본격화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1월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보호 중심으로 업무체계를 재편하고 분쟁조정과 민원 처리 기능을 감독 기능과 연계했다. 금융소비자보호 자문위원회와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를 운영하고 분쟁조정위원회도 정례화했다. 민원·분쟁에서 포착한 문제를 감독이나 제도개선으로 환류한 사례는 최근 1년간 94건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보호 범위도 판매 단계에서 상품 설계·제조 단계까지 넓혔다. 금융상품 출시 과정에서 제조사와 판매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상품위원회와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내부에서 영업부서와 소비자보호·리스크관리 부서 간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관련 절차를 마련하고, 향후 해당 절차가 실제 현장에서 적정하게 준수되는지도 점검할 예정이다.

민생금융범죄 대응 역시 사후구제보다 사전예방에 무게를 뒀다. 이 원장은 “AI 기반 선제 차단부터 신속한 수사·단속, 피해구제까지 이어지는 종합대응체계를 강화했다”며 “민생금융범죄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추진해 현장 대응력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민생금융범죄 특사경의 2027년 출범을 목표로 관련 법안 통과와 후속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플랫폼 ‘ASAP’을 통해서는 약 46만 건의 정보를 공유하고 7000여 개 계좌를 지급정지해 약 660억원의 피해를 예방한 것으로 추산했다. 불법사금융 원스톱 지원체계를 통해 1360건의 추심 중단 조치를 했고, 불법 대부계약 무효확인서도 430건 발급했다.

AI를 활용한 감독도 확대하고 있다. 보험사기와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적발뿐 아니라 민원·분쟁 분류에도 AI를 적용해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금융회사 업무보고서 등 방대한 자료의 기초 분석에도 활용하고 있다. 2027년 1월에는 AI 기반 민원·분쟁 처리 종합포털을 정식 가동할 예정이다.

다만 금감원도 아직 금융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진정한 소비자보호를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금융감독원에 접수되는 민원·분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금융현장에도 소비자 최선의 이익과 장기 신뢰보다 단기실적을 앞세우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에 금융회사의 판매 유인 구조를 소비자 이익 중심으로 바꾸는 데 감독 역량을 집중한다.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현행 판매행위 중심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의 규율 범위를 상품 설계·제조 등 전 생애주기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업권별 영업관행 개선도 병행한다. 은행권에서는 ETF를 포함한 신탁상품의 내부 판매절차와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고, 금융투자업권에서는 불합리한 수수료 부과와 투자위험 누락·과장광고 등 투자자 권익을 침해하는 영업관행을 상시 점검한다. 중소금융권에서는 중·저신용자 대출정보를 통합 분석해 자금 공급이 부족한 영역을 조기에 파악하는 포용금융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자 보호도 강화한다. 신용융자와 미수거래 과정에서 반대매매 발생 요건과 손실 가능 범위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해 제공하고 사전 고지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 등과 협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관계기관 간 의견 조율이 마무리되는 대로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현행 금소법이 판매행위 중심으로 규율돼 있는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그는 “영국 등 선진 소비자보호 법제가 설계·제조 단계부터 상품 전 생애주기에 걸친 소비자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 금소법은 판매행위 중심으로 규율하고 있다”며 “향후 입법적인 노력을 통해 소비자보호 법제가 완비될 수 있도록 금융위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가 금융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가 진정한 성과인 만큼 오늘의 보고는 마침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듣기 편한 이야기보다 아프고 불편한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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