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청문회에서 사라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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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에디터 겸 정치사회부장
“악마”, “독사”, “얼굴이 흉기다.”

장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겠다며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말이다. 15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과 가족 특혜 의혹 등을 놓고 여야가 맞붙으며 1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같은 날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비거주 1주택’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16일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철거민 특별공급과 장남의 상가 매입,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아파트 ‘영끌 매수’ 등이 주요 쟁점이 됐다. 전작권 전환과 주택 공급 등 정책 질의도 있었지만 신상과 부동산 문제가 부각됐다. 이틀간 검증대에 오른 장관 후보자 5명의 청문회에서 증인과 참고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까지 포함하면 이번주 6개의 청문회 모두 증인·참고인 없이 진행됐다.

우리 인사청문제도는 2000년에 도입됐다. 첫 대상은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였다. 이후 대상이 장관과 주요 권력기관장 등으로 확대됐다. 대통령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고위공직 인사가 국민 앞에 공개됐고 재산·병역·납세·전관예우·이해충돌 등이 검증대에 올랐다. 2002년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잇따라 부결되면서 청문회가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니라는 것도 보여줬다.

해가 갈수록 후보자를 들여다보는 현미경의 배율은 높아졌다. 어느 아파트를 언제 샀는지, 배우자와 자녀는 어디에서 일했는지, 과거에 어떤 말을 했는지를 샅샅이 뒤진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의혹을 따지는 것은 인사청문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모두 필요한 검증이다. 문제는 거기에서 멈추는 청문회다. 정작 후보자가 맡을 ‘일’에 대한 검증도 그만큼 정밀해졌는지는 의문이다. 경제부총리 후보자라면 잠재성장률 하락과 국가채무, 집값 문제에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따져야 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면 형사사법 체계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 물어야 한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답을 요구해야 한다.

청문회가 ‘검증’보다 ‘승패’를 가르는 정치 무대가 된 탓이 크다. 야당에는 몇 명을 낙마시켰느냐가 성적표가 되고 여당에는 몇 명을 지켜냈느냐가 성패의 기준이 된다.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보다 새로운 의혹 하나가 더 큰 정치적 효과를 낸다. 후보자 역시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가 논란을 만드는 것보다 “검토하겠다”, “살펴보겠다”고 답하는 편이 안전하다.

도덕성 검증을 줄이자는 얘기가 아니다. 재산 형성과 납세, 병역, 이해충돌은 고위공직자의 자격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의혹이 있다면 끝까지 규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장관은 흠결 없는 이력서를 가진 사람을 뽑는 자리가 아니라 국가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철학을 가진 사람을 찾는 자리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지 26년이다. 무엇을 더 찾아낼 것인지만큼 무엇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돌아볼 때다. 후보자의 흠결뿐 아니라 그 사람이 왜 그 자리에 적합한지,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할 사람인지도 국민 앞에 드러나야 한다.

증인도 없고, 정책을 파고드는 질문은 뒷전이고, 후보자의 철학을 끌어내는 답변도 찾기 어렵다. 청문회에서 정작 사라진 것은 ‘청문(聽聞)’ 그 자체다.

김동선 에디터 겸 정치사회부장 matth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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