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과 캐나다 ‘제3자 동맹’ 시동

유럽연합(EU)이 캐나다에 EU 준회원국 지위를 제안했다. 애초 ‘준회원국’이라는 법적 지위나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안보와 기술ㆍ에너지ㆍ북극 협력 등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제3자 동맹’의 시작으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열린 연례 정책연설에서 ‘초대 손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향해 “캐나다가 EU의 첫 번째 준회원국이 될 수 있도록 함께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주목할 만한 발언이 나온 곳은 EU 집행위원장이 해마다 9월에 하는 연례 정책 연설이었다.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따라 향후 1년간 정책 우선순위를 설명하는 자리다. 2010년 조제 마누엘 바호주 전 집행위원장이 시작한 이래 EU 연례 행사가 됐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이번 제안은 캐나다와 유럽이 경제와 안보 등에서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적대적인 관세 정책과 미국의 국익을 핵심 가치로 하는 안보 정책 추진에 불안을 공유하고 있는 우방국이 관계를 강화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카니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직후부터 강대국 간 패권 경쟁에 맞서 '중견국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자 카니 총리는 이에 맞서 관세 전쟁을 격화했다. 나아가 EU와 '특별한 동맹' 관계를 구축할 필요성을 여러 차례 천명하기도 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이날 제안에 유럽의회 총회장을 채운 유럽의회 의원들과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들은 뜨거운 기립 박수로 환호했다. 카니 총리도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카니 총리는 이날 초청 손님 자격으로 유럽의회를 방문해 폰데어라이엔의 연례 연설을 참관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같은 장소에서 유럽의회를 상대로 연설할 예정이다. 외국 정상이 EU 수장의 연례 연설에 초청된 것은 카니 총리가 사상 처음이라고 외신은 짚었다.
캐나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촉발된 무역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거리두기에 나선 상태다. 미국과 거리를 두는 동시에 EU와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캐나다의 EU 밀착 행보가 제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FT는 "캐나다의 교역 상대국 가운데 미국이 여전히 압도적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라며 "EU와의 관계 강화도 한계점이 분명할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