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일손 부족 해소할 ‘수술보조로봇’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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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오케스트라’ 프로젝트 수술보조로봇 첫 시연

한국형 ARPA-H 과제 2차년도 추진 중
삼성서울병원 총괄, 레인보우로보틱스·에이딘로보틱스 등 참여
비수도권 병원 인력난 해소 기대, 2029년 첫 임상시험 실시 목표

▲16일 서울 강남구 일원 삼성생명빌딩에서 삼성서울병원이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 시연회를 개최한 가운데 연구진들이 수술보조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의사가 홀로 로봇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수술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내 산업계와 대학, 연구소, 병원 등 다양한 분야 연구진들이 의사의 수술을 보조하는 국산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16일 서울 강남구 일원 삼성생명빌딩에서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 시연회를 열고 현재 개발 중인 로봇을 선보였다.

수술보조로봇을 개발하는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는 정부 연구개발(R&D)사업인 한국형 아르파(ARPA)-H 과제로 추진 중이며 현재 2차년도 중반을 지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임상 요구사항 정의 및 실증을 주도하며,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로봇 본체를, 에이딘로보틱스가 로봇의 손에 해당하는 그리퍼를 개발한다. 또 성균관대와 서울대가 AI 소프트웨어를 담당하고 국립암센터·전북대병원 등이 데이터 수집 및 실증에 참여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수술보조로봇은 집도의에게 수술 도구를 건네주고, 내시경을 유지하거나 조직을 견인하는 ‘지능형 수술 조수’다. 현재 병원에서 사용되는 ‘다빈치’와 ‘마코’ 등 수술로봇은 의사가 콘솔에서 로봇팔을 조종하는 방식이라면, 오케스트라 프로젝트가 개발하는 로봇은 수술 과정을 이해하고 의사의 말을 음성 인식해 명령을 수행하는 등 마치 사람처럼 의사와 협업한다.

▲16일 서울 강남구 일원 삼성생명빌딩에서 삼성서울병원이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 시연회를 개최한 가운데 오남기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가 3대의 로봇을 활용해 담낭절제술을 진행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수술보조로봇의 외형은 실제 사람과 유사하다. HRI 스마트헤드가 탑재됐고 그리퍼와 핸드가 사람의 팔처럼 움직인다. 또 연구진은 수술 과정을 통합적으로 인식하도록 맥락 기반 수술 이해 AI를 탑재하고 지능형 안전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정용기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병원의 인력 부족 문제는 매우 고질적이며 비수도권으로 갈수록 숙련된 수술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라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는 휴머노이드 개발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오남기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가 3대의 로봇을 활용해 염소의 간으로 담낭절제술을 시연했다. 로봇들은 수술 도구를 주고 받는 수술실 간호사와 유사한 역할, 전공의와 같이 수술 부위의 조직을 잡거나 당기는 등 집도의를 보조하는 역할, 의사의 명령이나 움직임을 직접 원격으로 실행하는 역할을 각각 담당했다.

로봇 2대와 오 교수가 진행하는 ‘솔로 서저리(Solo-surgery)’도 진행됐다. 오 교수가 실시간으로 “가까이”, “뒤로”, “툴 가져가” 등의 지시를 하면 각각의 로봇이 음성을 인식하고 지시를 시행했다. 단순 반복 업무는 로봇이 전담하고, 의료진은 핵심 술기와 판단에 집중해 수술의 질과 효율성을 극대화하

의사의 동작과 손가락 움직임을 학습해 모사하는 ‘다관절 로봇핸드’와 ‘정밀 스마트 그리퍼’ 등도 선보였다. 김용범 에이딘로보틱스 연구소장은 “움직임 데이터를 대규모로 학습해 누적할수록 더욱 정교한 기능이 가능해진다”라며 “로봇핸드의 손가락에는 다수의 센서가 탑재돼 사람의 촉각과 판단을 구현하도록 개발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16일 서울 강남구 일원 삼성생명빌딩에서 삼성서울병원이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 시연회를 개최한 가운데 에이딘로보틱스 관계자가 다관절 로봇핸드를 움직이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연구진은 2029년 첫 임상시험 실시를 목표로 설정했다. 담낭절제술과 뇌하수체종양절제술에서 내시경 유지, 복강경 시야 맞춤, 조직 견인 순으로 저위험 업무부터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상업화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에이딘로보틱스를 주축으로 병원이 로봇을 구매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정 교수는 “인력 대체율이 연구 과제의 주요 지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진 1명의 역할을 24시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개 5배수에 해당하는 5명을 고용해야 하는 것으로 추계한다”라며 “대학병원뿐 아니라 비수도권의 병원에서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수술보조로봇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수술보조로봇 도입 후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법적 문제도 개발 과정에서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현행 법률과 제도만으로는 수술보조로봇의 오류로 의료사고나 분쟁이 일어났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수술보조로봇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 준비는 아직 전혀 되어있지 않다”라며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할 정도로 기술 수준이 곧 올라올 것이기 때문에 본 연구과제에도 제도적 대비에 대한 논의가 포함돼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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