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증권은 반도체 업종에 대해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속도 지연 우려와 달리 실제 AI 인프라 투자와 메모리 주문은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16일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반도체 시장은 실적보다 AI 기술 개발 속도가 당초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집중돼 있다”며 “AI 개별 모델의 출시 일정 지연 가능성을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 둔화로 직접 연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KB증권에 따르면 9월 현재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2027년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63% 증가한 1조3000억달러, 약 1755조원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망치도 기존 1조1000억달러에서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AI 모델 개발 일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 인프라 투자 계획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AI 개발 속도에 대한 우려와 실제 인프라 투자 흐름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까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 축소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의 가장 큰 우려는 AI 투자 둔화가 아니라 내년 메모리 공급 부족이라는 분석이다. 9월 현재 주요 고객사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D램(DRAM) 중심 메모리 주문에서는 감소 조짐이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기준 고객사의 메모리 수요 충족률은 현재 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고객이 원하는 물량의 약 40%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도 역사적 저점까지 내려왔다. KB증권은 현재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가 10일치 미만으로 역사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공급 여력도 더 타이트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주요 고객사들은 2027년 공급 부족 심화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주요 고객사의 최대 우려는 내년 메모리 공급 부족 심화에 집중돼 있다”며 “수요가 둔화되기보다 오히려 선제 주문이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번 반도체 사이클이 과거와 다른 점으로는 장기공급계약 확대가 꼽혔다. 과거 반도체 주가는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선제적으로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체 생산능력의 약 70%가 구속력 높은 장기공급계약으로 묶여 있어 과거와 같은 급격한 주문 감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김 본부장은 “전체 생산능력의 70%에 대해 구속력 높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만큼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다르다”고 분석했다.
최근 주가 하락과 실제 펀더멘털 사이의 괴리도 커지고 있다고 봤다. 반도체 주가는 AI 투자 둔화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지만 실제 주문은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AI 개발 속도에 대한 우려는 커졌지만 AI 인프라 투자와 메모리 주문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 조정이 펀더멘털을 과도하게 선반영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이에 따라 현재를 향후 반등을 준비할 시점으로 판단했다.
최선호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시했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낮다고 봤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2027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을 3.7배로 추정했다. SK하이닉스의 2027년 예상 PER은 3.5배로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반도체 주가는 AI 투자 둔화를 선반영하고 있지만 실제 주문은 오히려 강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며 “주가와 펀더멘털의 괴리가 확대되고 있는 지금이 향후 반등을 준비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