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8시까지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투자자 입장에선 환영할 변화지만 첫날 시장이 남긴 숫자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한국거래소(KRX) 애프터마켓 개시일부터 정적·동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모두 1637회 발동됐다. 같은 날 정규장 400회의 4배가 넘는다. 안전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애프터마켓 참여자의 대부분이 개인투자자였다는 점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첫날 투자자별 거래 비중은 개인이 93.0%에 달했다. 기관은 2.1%, 외국인은 3.9%에 그쳤다. 주문매체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73%를 차지했다. 사실상 개인투자자가 스마트폰으로 주도한 시장이었다.
개인 비중이 높다는 부분은 애프터마켓 도입 취지와 맞닿아 있다. 다만 개인 주문에 거래가 편중된 가운데 기관과 외국인의 유동성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중소형주는 호가가 얇아 적은 주문에도 주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실제 첫날 VI 발동 상위 종목 상당수는 시가총액 300억원 안팎의 소형주였다. 에스지헬스케어는 하루에만 VI가 19차례 발동됐다.
첫날 애프터마켓 거래대금은 1조8000억원, 거래량은 7224만주였다. 대상종목 2501개 가운데 2413개에서 거래가 이뤄졌고 거래도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비교적 고르게 분산됐다. 거래소가 ‘순조로운 출발’이라고 평가한 배경이다.
그러나 거래 종목이 많아졌다고 각 종목의 유동성까지 충분해진 것은 아니다. 거래시간을 넓히는 것과 안정적인 가격 발견 기능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정규장보다 참여 주체가 제한된 시장에서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90%를 넘는다면 호가 공백과 순간적인 가격 왜곡 가능성은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관과 외국인의 참여가 늘고 유동성이 축적되면 변동성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 있다. 거래소 역시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첫날 1637번 울린 경보음은 거래시간 확대보다 시장의 질을 먼저 들여다보라는 신호일 수 있다. 애프터마켓의 성패는 개인투자자가 주도하는 이 네 시간 동안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에서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