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지구촌은 독사 전성시대?

기사 듣기
00:00 / 00:00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추석에 조상이 묻힌 곳을 찾아 벌초와 성묘를 한다. 또 날이 선선해지면서 주말에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벌쏘임과 뱀물림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기후변화로 한반도 아열대화가 진행하면서 변온동물인 말벌과 뱀의 움직임이 커지고 연중 활동기간도 길어지며 사고 빈도도 늘고 있다. 특히 뱀의 경우 보신문화가 쇠퇴하며 땅꾼이 사양 직업이 됐을 정도로 포획이 줄며 개체 수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뱀 16종 가운데 독사는 살무사속 3종(살무사, 까치살무사, 쇠살무사)과 유혈목이까지 4종이다. 특히 살무사류는 코브라류와 함께 독사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데, 전자는 혈액독소가 주성분이고 후자는 신경독소가 주성분이지만 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최근 학술지 ‘플로스 의학’에는 지구촌 뱀물림 현황을 추정한 논문이 실렸는데 충격적인 내용이다. 즉 각국의 통계 데이터를 모아 추산한 결과 1년 동안 독사에 물려 사망하는 사람이 적게는 27만 명에서 많게는 51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훨씬 많은 사람이 사지절단이나 신경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다. 이들 대다수는 열대 또는 아열대 기후인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연간 60여만 명이 사망하는 말라리아에 비하면 뱀물림은 ‘간과된 열대 질환’으로 불릴 정도라며 저자들은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뱀물림 사고가 늘고 있어 매년 2000명이 넘는 사람이 독사에 물리고 드물게는 사망자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 3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는 살무사속 3종의 독을 분석한 국내 연구진의 논문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분류학상으로 서로 가까운 종들임에도 독의 성분이 서로 달랐고 특히 까치살무사가 두드러졌다.

▲기후변화로 한반도 아열대화와 포획 감소로 뱀 개체 수가 늘면서 가을철 뱀물림 사고도 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자생하는 독사는 살무사속이 3종(살무사·사진, 까치살무사, 쇠살무사)과 유혈목이 등 4종이 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현재 해독제는 살무사의 독을 말이나 양에 소량 주입해 생긴 항체를 추출한 것이다. 따라서 다른 종, 특히 까치살무사 독에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번 분석 데이터가 각각의 종 또는 세 종의 독 모두에 효과가 큰 해독제 개발뿐 아니라 어떤 종에 물렸는지 알 수 있는 진단 시약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다.

한편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낮춘 새로운 개념의 뱀독 해독제를 개발하는 연구도 한창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해독제는 말이나 양의 면역계가 만든 항체 혼합물이라 인체에 투입되면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전신 알레르기(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하기도 한다.

지난해 미국 연구자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코브라 독의 주성분인 특정한 독소에 달라붙어 이를 무력화시키는 분자를 만들어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 해독제 분자는 기존 동물 항체에 비해 작고 만들기도 쉬울뿐더러 인체 면역반응을 일으킬 위험도 낮아 차세대 해독제로 유망하다.

덴마크공대를 비롯한 다국적 연구팀은 말과 양 대신 리마와 알파카에 아프리카 독사 18종의 독액 칵테일을 주입해 생성된 나노바디 혼합물을 분석해 해독제를 만들었다. 나노바디란 리마와 알파카의 면역계가 만드는 작은 항체로 알레르기 같은 인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부분이 없다. 이 해독제를 주입받은 쥐는 독사 18종 가운데 17종의 독에서 살아남았다. 연구자들은 나노바디가 차세대 뱀독 해독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년 전 필자는 동네 천변을 걷다가 돌벽을 천천히 지나가는 뱀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몸이 꽤 굵고 길이도 1m가 넘어 보여 아마도 구렁이(독사는 아니다)가 아니었을까.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 지켜보니 아무런 소리도 없이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모습이 비현실적이라 환상처럼 느껴졌다. 호랑이나 표범처럼 뱀 역시 ‘떨어져야 아름다운 동물들’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