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물가 전월비 3.7% ↓⋯감소폭 3년8개월래 최고
환율 여파 뺀 계약통화 수출, 전월 대비 2.2% 상승
순상품ㆍ소득교역조건지수 일제히 두 자릿수 증가
지난달 우리나라 원화 기준 수출물가가 3년 8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반도체와 석탄,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견조한 수출 증가세가 지속됐지만 원·달러환율이 하락하면서 대부분의 품목물가가 낮아진 영향이다. 반면 우리나라 교역 채산성과 실질 소득을 가늠할 수 있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와 소득교역조건지수는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월간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는 183.23(2020=100)로 추산됐다. 이는 전월(190.32)보다 -3.7% 낮은 수치다. 하락폭 기준으로는 2022년 12월(-6.1%)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크게 급락했다.
그러나 환율 효과를 배제한 8월 계약통화기준 수출물가는 전월 대비 2.2% 상승하며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41% 급등했다. 원화 기준 수출물가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기준 42.4% 상승했다. 7월 평균 1500원(1497.4원)에 육박하던 원·달러환율이 한 달 만인 8월 평균 1400원 초반대(1406.3원)로 6.1% 낮아지면서 수출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부문별 수출물가 추이를 살펴보면 농림수산품이 냉동수산물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2.0% 하락했다. 공산품 역시 석탄및석유제품을 제외한 전 품목 수출물가가 전월 대비 3.7% 하락했다. 반도체 등이 포함된 컴퓨터와 전자및광학기기 수출물가는 3.1% 하락했다. 수출 효자품목인 D램과 컴퓨터기억장치 수출물가도 예외없이 3.4%, 1.9% 낮아졌다.
이흥후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8월 원화 기준 반도체 수출가격은 하락했다"면서 "반도체 기업 수익 역시 미 달러화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만큼 환율 하락에 따라 줄어들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환율 효과를 제외한 수출가격 오름폭은 확대된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수입물가도 전월 대비 2.4% 하락하며 석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입물가 역시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하락한 영향을 받았다. 실제 월 평균 두바이유가가 76.75달러(7월 기준, 배럴당)에서 88.75달러(8월)로 한 달새 10달러 이상 상승했다. 가격 상승폭이 컸던 수입품목으로는 석탄및석유제품이 꼽힌다. 벙커C유 수입가격은 전월 대비 7.2% 상승했고 제트유 역시 4.8% 올랐다. 원재료에서도 광산품 중 원유 가격이 6.8% 상승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 수입물가는 6.1% 낮아졌다. 식료품 중에선 커피가 9.3% 하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물량과 가격은 여전히 견조했다. 8월 수출물량지수는 반도체와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25.9%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상승 흐름이다. 개별 수출품에 대한 단가를 보여주는 수출금액지수는 1년 전보다 무려 75.8% 뛰었다. 같은 기간 수입물량과 금액지수는 각각 12%, 23.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역조건 역시 역대급 개선세를 나타냈다. 우리나라가 수출로 얼마나 많은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7.1%(전년 대비)로 전월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도 60% 상승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와 소득교역조건지수 모두 한은이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한은은 향후 수출입물가 전망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이 팀장은 "현재 환율과 국제유가 등락에 따른 상하방 리스크가 상존해 있다"면서 "수출물가에선 석유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유가가 영향을 미치겠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여전히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 상대적인 충격은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수입물가는 유가 상승으로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