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겠다" 찍는 곳마다 반발⋯서울 공급부지 곳곳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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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창공원 설명회 주민 반발로 무산
태릉CC·용산도 착공 일정 불투명

▲서울 강서구 염창공원 부지 일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 도심 곳곳에 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주민 반발과 관계기관 간 이견으로 주요 공급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14일 강서구 등에 따르면 11일 서울 강서구 염경중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던 '염창동 훼손지 개발 주민설명회'는 주민 200여 명의 반발로 무산됐다. 주민들은 설명회장 입구를 막고 주택 공급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염창근린공원 일대는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서울의 유일한 신규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로 제시된 곳이다. 정부는 공원 내 20년 가까이 방치된 훼손지 약 5만1000㎡를 활용해 공공주택 1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구 지정과 보상 절차를 함께 밟아 2029년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해당 부지가 1977년 근린공원으로 지정된 만큼 주택을 지을 것이 아니라 공원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통난과 학교 부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사업이 첫 주민 의견 수렴 단계부터 반발에 부딪히면서 정부가 제시한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올해 1월 내놓은 '1·29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의 주요 부지들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시 용산과 태릉골프장(CC) 등 수도권 공공부지를 활용해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8·13 대책에서는 태릉 CC 등 일부 부지의 착공 목표를 앞당기고 1·29 대책 부지 전체를 2030년까지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노원구 태릉CC에는 6800가구가 계획돼 있다. 정부는 당초 2030년이었던 착공 목표를 2029년 9월로 앞당겼지만 아직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지 않았다.

태릉 CC 개발계획은 2020년 처음 발표됐지만, 교통난과 녹지 훼손을 우려한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공급 규모도 1만 가구에서 6800가구로 줄었다. 인근 태릉·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만큼 세계유산영향평가도 받아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사업계획을 다시 짠 뒤 평가를 진행할 방침이다.

용산 일대에서는 핵심 사업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를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1·29 대책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 가구, 캠프킴에 2500가구, 501정보대 부지에 150가구 등 총 1만265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기존 계획보다 4000가구 늘어난 1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국제업무 기능과 학교·교통시설을 고려하면 최대 8000가구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협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근 장관 교체 절차가 시작되면서 후속 회동도 일시 중단된 상태다.

캠프킴 공급 확대도 법 개정에 막혀 있다. 공급 규모를 기존 1400가구에서 2500가구로 늘리려면 용산공원 주변 부지의 공원·녹지 확보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은 여야가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본회의 안건에는 오르지 못했다.

정부는 8·13 대책에서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주택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평균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겠다고 했다. 지구 지정과 보상, 부지 조성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최단기 착공 모델'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이승우·김성환 연구위원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8·13 대책의 주요 내용과 평가' 보고서에서 "최단기 착공 모델의 성패는 행정청 외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 절차는 동시에 진행할 수 있지만, 보상과 이주, 철거, 시설 이전, 주민 갈등 조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세운 공급 목표도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7 대책과 올해 8·13 대책을 합치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착공해야 할 주택은 147만 가구 이상이다. 연평균 29만4000가구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수도권 착공 물량은 6만5000가구로 연간 목표 26만9000가구의 24.2%에 그쳤다. 서울도 목표 6만8000가구 가운데 1만3000가구를 착공했다.

허 연구위원 등은 지난 16년간 수도권에서 연간 29만4000가구 이상 착공한 해는 2015~2017년과 2019년 등 네 차례뿐이라며 앞으로 5년간 최근 5년 평균의 1.5배를 웃도는 공급이 이어져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공급 필요성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교통과 녹지, 생활 기반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주민들은 공공주택이 들어오면 교통이 혼잡해지고 기존 녹지나 조망이 사라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며 "정부가 늘어나는 교통량을 어떻게 처리하고 녹지 기능을 어떻게 살릴지 구체적인 계획으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주택이 들어온다고 해서 지역이 낙후되는 것은 아니다"며 "입체·복합 공원처럼 개발과 녹지를 함께 살리는 방법을 제시하고 주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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