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 퇴거자 10명 중 7명 '내 집 마련'⋯吳 "20년 만기 예외 없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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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41% 수준 보증금…퇴거자 평균 8년4개월 거주
내년부터 20년 만기 도래…2031년까지 9300가구 재공급
입주민 "가족 늘면 넓은 주택으로 옮길 수 있어야"
전문가 "만기 연장보다 공급 확대…정부 지원 필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기전세주택, 서울의 주거다리 희망토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9.08. (뉴시스)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에서 나온 가구 10곳 중 7곳은 이후 자기 집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보다 싼 보증금으로 장기간 살면서 모은 돈을 내 집 마련에 활용한 것이다. 내년부터 20년 거주 기간을 채운 초기 입주자의 퇴거가 시작되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른 대기자들에게도 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며 계약 연장이나 분양 전환은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오 시장은 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장기전세주택 입주민·퇴거자 13명, 주거·부동산 전문가와 '장기전세에서 내 집으로, 서울의 주거사다리 희망토크'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장기전세주택을 통해 주거비를 줄이고 자산을 모은 경험과 제도 개선 방안 등을 공유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2022년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패널조사에 따르면 2016~2021년 장기전세주택에서 퇴거한 1708가구 가운데 72%가 이후 자기 집에 거주했다. 전체 공공임대주택 퇴거자의 자가 거주 비율인 60%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이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8년 4개월이었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전셋값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간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2007년 전국 최초로 도입됐다. 무주택자가 주거비를 줄여 저축과 청약을 준비하고 내 집 마련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였다.

오 시장은 "당시만 해도 임대아파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위한 주거 복지로 인식되던 시절"이라며 "장기전세주택은 중산층까지 아우르고 20년 거주를 보장하는 새로운 시도여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예산을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컸다"고 말했다. 이어 "집은 '사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는 곳'이라는 가치가 뿌리내리기를 바랐다"며 "20년의 기회를 드릴 테니 그동안 내 집 마련을 준비해 경제적 자립과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길 바란다고 자주 말씀드렸다"고 했다.

장기전세주택은 현재까지 3만8296가구가 공급됐고, 누적 입주 가구는 4만5715가구다. 올해 평균 보증금은 2억9300만원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7억1178만원의 약 41% 수준이다. 장기전세주택 보증금과 인근 아파트 전세 시세의 차액을 모두 합치면 약 10조원으로 추산된다. 입주자는 이 차액만큼 대출을 덜 받거나 저축과 청약에 돈을 쓸 수 있었던 셈이다. 실제 2022년 SH 조사에서 장기전세주택 입주 가구의 69.9%는 매달 평균 62만5000원을 저축하고 있다고 답했다. 청약통장 보유율은 83.7%였다. 앞으로 살고 싶은 주택을 묻자 61.3%가 민간 아파트라고 답했다.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올해 9월까지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퇴거한 가구는 1만5529가구로 누적 공급량의 34%였다. 이 가운데 82.4%는 집을 사거나 민간 전셋집으로 옮기기 위해 스스로 퇴거했다. 전체 퇴거 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은 7년 6개월로 최장 거주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오 시장은 "20년을 채우지 않고 자발적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해 이주한 분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며 "먼저 나간 분들 덕분에 새로운 분들이 장기전세주택을 이용할 수 있었고, 입주민들의 자산 축적 노력이 더해져 제도의 취지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기전세주택, 서울의 주거다리 희망토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9.08. (뉴시스)

이날 참석자들은 장기전세주택이 삶을 다시 일으킬 기회를 줬다고 했다. 은평뉴타운 장기전세주택에 4년째 살고 있는 김수원 씨는 "전셋값과 월세를 올려달라는 요구에 늘 불안했는데 장기전세주택에 들어와서는 주거 환경과 교통 모두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이 크게 올라 거주 기간이 끝난 뒤 어떻게 집을 마련해야 할지 걱정도 된다"며 "입주민들이 안정적으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입주민들은 가족 수와 소득·자산 변화를 반영한 제도 개선도 건의했다. 장기전세주택에 6년째 거주 중인 한 입주자는 "입주 후 아이가 태어나거나 부모님을 모시게 되면 가족 수가 늘어나지만, 더 넓은 주택으로 옮기려면 다시 청약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입주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면 가족 구성에 맞춰 면적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재계약 과정에서 적용하는 소득·자산 기준을 현실화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다른 입주자는 "자산은 살아가면서 조금씩 축적되는 것인데 현재 기준이 너무 낮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소득이 늘어난 경우 그 사정을 소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장기전세주택의 입지와 장기 거주 기간이 입주자의 자산 형성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장기전세주택은 공공임대 입주 대상을 저소득층에서 중산층까지 넓혀 자가로 이동할 수 있는 계층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했다"며 "선호도가 높은 입지에서 일반 가구와 함께 20년간 살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도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체 장기전세주택 단지의 45%는 지하철역 반경 500m 안에 있고, 83%는 초등학교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 500가구 이상 대단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46%다.

김 교수는 20년 만기 연장보다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대기자가 많은 상황에서 만기를 연장하는 것은 서울시로서 부담이 되는 선택"이라며 "정부는 다른 공공임대주택에는 재정을 지원하면서 서울시가 운영하는 장기전세주택에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최근 장기전세주택과 비슷한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을 도입하고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했다"며 "새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을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공급 확대와 함께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20년 만기 가구의 퇴거다. 2007년 입주를 시작한 초기 가구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2027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약 9300가구가 순차적으로 집을 비우게 된다. 반환된 주택은 장기전세주택과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인 '미리내집'으로 다시 공급한다.

20년 만기 가구는 계약을 연장하거나 거주 중인 주택을 분양받을 수 없다. 최장 20년간 안정적으로 살도록 보장하는 대신 만기가 되면 다음 무주택자에게 집을 넘기는 것이 제도의 원칙이다. 오 시장은 "20년이 다 돼 가는데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며 퇴거를 거부하는 분들에게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서울시는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다. 이 주택을 기다리는 분들도 서울시민이고 똑같은 기회를 누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가구에는 계약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공공임대주택 등을 연결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누가 봐도 성실하게 노력했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경우는 극도로 제한해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면적을 줄이거나 아파트가 아닌 다른 유형의 주택을 제공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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