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지e스포츠(GEN)가 한화생명e스포츠(HLE)를 꺾고 2년 연속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상에 올랐다. ‘룰러’ 박재혁은 파이널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LCK 최초로 두 차례이자 2년 연속 파이널 MVP에 선정되는 기록을 세웠다.
젠지는 1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2026 우리은행 LCK 파이널 결승에서 한화생명을 세트 스코어 3-1로 제압했다.
출발은 한화생명이 좋았다. 한화생명은 1세트에서 ‘딜라이트’ 유환중의 바드를 앞세워 교전을 풀어나가며 38분 45초 만에 젠지를 제압했다.
하지만 젠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2세트부터 ‘기인’ 김기인의 바루스와 ‘쵸비’ 정지훈의 리산드라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주요 교전마다 한화생명의 진입을 받아치며 승기를 잡았고 세트 스코어를 1-1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에서는 ‘룰러’의 제리가 폭발했다. 한화생명은 ‘카나비’ 서진혁의 초가스를 꺼내 제리ㆍ유미가 성장하기 전에 드래곤을 빠르게 쌓는 전략을 준비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승부처는 20분께 드래곤 앞에서 나왔다. ‘카나비’ 초가스가 점멸까지 사용해 오브젝트를 노렸지만 ‘쵸비’ 사일러스가 ‘구마유시’ 이민형의 애쉬에게서 빼앗은 ‘마법의 수정화살(R)’을 적중시켜 진입을 차단했다.
젠지는 드래곤을 가져간 뒤 이어진 한타에서도 대승을 거뒀다. 바론까지 챙긴 젠지는 빠르게 격차를 벌렸고 26분 56초 만에 3세트를 끝냈다.
특히 ‘룰러’ 제리는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3만5400의 피해량을 쏟아부으며 젠지의 화력을 책임졌다. 1세트를 먼저 내줬던 젠지는 어느새 세트 스코어 2-1로 역전에 성공했다.
우승이 걸린 4세트에서는 ‘듀로’ 주민규의 알리스타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화생명의 움직임을 끊었다.
팽팽했던 균형은 17분께부터 젠지 쪽으로 기울었다. ‘제우스’ 최우제의 피오라와 ‘제카’ 김건우의 로크가 ‘기인’ 그웬을 노렸지만 ‘기인’ 그웬이 적은 체력으로 살아남았고, ‘듀로’ 알리스타와 ‘캐니언’ 김건부의 트런들이 합류해 오히려 두 선수를 잡아냈다.
19분께에는 ‘듀로’ 알리스타가 마법공학 점멸을 활용해 젠지 진영의 블루 파수꾼을 노리던 ‘카나비’ 스카너에게 기습적으로 진입했다. 젠지는 카나비를 끊어낸 뒤 ‘제카’ 로크와 ‘구마유시’ 진까지 차례로 잡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24분께에도 ‘듀로’ 알리스타가 바텀에서 빠져나가던 ‘제카’ 로크에게 점멸을 활용해 진입했다. 젠지는 제카에 이어 카나비와 ‘제우스’ 피오라까지 제압했고, 바론까지 가져가며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한화생명은 마지막까지 저항했다. 27분께 ‘카나비’ 스카너가 궁극기 ‘꿰뚫기(R)’로 ‘룰러’ 코르키를 끌어와 제압했지만 젠지는 카나비와 ‘딜라이트’ 카르마를 잡아냈다. 수적 우위를 확보한 젠지는 그대로 넥서스를 파괴하며 3-1 역전승을 완성했다.

파이널 MVP는 룰러에게 돌아갔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파이널 MVP를 거머쥔 룰러는 LCK 역사상 최초로 파이널 MVP를 두 차례 수상한 선수가 됐다. 동시에 최초로 2년 연속 파이널 MVP에 선정되는 기록도 세웠다.
이번 수상은 룰러에게 더욱 특별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룰러는 올 시즌을 돌아보며 선수 생활이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룰러는 “여러 일들이 있었고 리그를 하면서 점점 굉장히 어렵다고 느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는 항상 자신 있고 잘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속으로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이러다가 프로 생활이 끝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했다”며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했다. 남들보다 게임도 더 많이 하려고 하다 보니 점점 제 실력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결국 LCK 우승과 파이널 MVP로 시즌을 마무리한 룰러는 “사람은 언제나 못하는 시기가 오지만 다시 빛을 볼 날도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힘든 시기를 버틴 특별한 원동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룰러는 “원동력은 없었던 것 같다”며 “그냥 팀에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젠지가 정상까지 가는 과정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쵸비’ 정지훈은 흔들리는 순간에도 팀을 지탱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오랜 프로 생활에서 쌓인 경험을 꼽았다.
쵸비는 “처음 프로 생활을 할 때는 팀에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이 있었는데 연차가 쌓이면서 여유가 생겼다”며 “팀원들이 흔들려도 제가 끌고 더 올라갈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프로 생활을 한 지 좀 됐다. 그런 부분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우승으로 개인 통산 여섯 번째 LCK 우승을 달성한 쵸비는 이번 시즌의 특별한 점에 대해 “젠지가 흔들리면서도 결국 경기력을 더 높은 곳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유상욱 젠지 감독도 우승 과정에서 팀이 한층 단단해졌다고 평가했다. 유 감독은 “첫 경기에서 아쉬웠던 밴픽이 있었지만 좋은 경기력으로 3-1로 이겨 기분이 좋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월드 챔피언십(월즈)을 바라보며 “2026년 한 해의 과정에서 팀적으로 단단해지는 순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이 월즈에서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젠지는 LCK 우승의 기세를 월즈로 이어간다.
룰러는 “올해 좋지 않은 시기를 겪으면서 다 같이 이야기를 많이 했고 피드백 과정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월즈에서도 이런 피드백을 잘하면서 올라간다면 올해는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팬들을 향해서는 “올해 팬 여러분도 응원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믿고 응원해 주신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남은 월즈에서도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