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이창동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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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주 생활문화부 기자

이창동 감독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가능한 사랑’으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뒤 “황금사자가 아니어서 실망하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수상보다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이 영화를 통해 이뤄진 관객과의 만남이었다. 그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표정과 얼굴, 그들과 감정을 주고받는 느낌이 자신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결국 영화는 관객을 만나야 완성된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와 배우, 감독이 있어도 그것을 봐줄 사람이 없다면 산업은 굴러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올해 영화계에는 모처럼 반가운 장면들이 이어졌다. 연초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넘겼고, 하반기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에 활기를 더했다. 지난달 국내 영화시장 매출액은 2070억원으로 올해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론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한두 편의 대작이 시장 전체를 떠받치는 구조는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온도 차는 분명하다. 2025년 전체 극장 매출액은 1조470억원, 관객 수는 1억609만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12.4%, 13.8% 줄었다. 특히 한국영화 매출액은 39.4%, 관객 수는 39% 감소했다.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한국영화 관객은 2005년 이후 가장 적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특히 제작 현장에 다시 돈이 흐르기 시작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중예산 한국영화 16편에 257억7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선정작의 절반은 신인 감독 작품이다.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몇몇 대작만으로 시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리가 될 만한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내년에는 지원도 늘어난다. 문체부의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영화 창·제작 및 유통 지원 예산은 584억원에서 821억원으로 확대된다. 중예산 영화와 독립예술영화, 국제공동제작 지원 편수가 모두 늘고 영화계정 출자 규모도 450억원에서 720억원으로 커진다. 국내외 영화제 지원 예산 역시 44억원에서 96억원으로 늘어난다. 제작에서 투자, 유통, 영화제까지 돈줄을 조금씩 다시 잇겠다는 뜻이다.

수상보다 관객과의 만남을 중요하게 여긴 이창동 감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그 말은 ‘가능한 사랑’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동안 긴 터널을 지나온 한국영화에도 필요한 말이다. 올해 극장에는 천만 영화가 두 편이나 탄생하며 관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영화 예산도 늘었고 해외 영화제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중요한 것은 어렵게 찾아온 반등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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