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울리는 ‘고의 상장폐지’⋯대주주는 싼값에 지분 늘렸다[코스닥 잔류 경쟁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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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일부 상장사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부실 요건을 의도적으로 방치해 강제 상장폐지를 유도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소액주주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제도가 ‘주가 띄우기’ 단속에 집중된 사이,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주가 누르기’와 고의 상장폐지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상장사는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하는 부실·미달 상태를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올해 3월 상장폐지된 대동전자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현금성 자산 약 1200억원·순자산 2600억원·부채비율 10% 수준의 우량기업이었지만, 3년 연속 충분한 감사 정보를 제출하지 않아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 의견을 받았다. 지난해 7월 강화된 규정상 2년 연속 감사의견 미달 시 강제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대동전자는 관리종목 지정 후 주가가 급락하자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 7%를 매입했고, 이에 대주주 및 우호 지분율은 93%까지 높아졌다. 자진 상장폐지에 필요한 소액주주 지분 매입 부담을 피하면서 비상장사로 전환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올해 6월 상장폐지된 일정실업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시가총액 미달' 사유로 강제 상장 폐지되는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 지분율이 65.2%에서 75.4%로 10.2%포인트 높아졌다. 주가 저평가가 이어지며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이 대주주 일가가 하락기에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배력을 높인 것이다.

핵심은 자진·강제 상장폐지 간 소액주주 보호 수준 차이다. 자진 상장폐지 시 대주주는 공개매수 등으로 소액주주 지분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매입해야 한다. 반면 시가총액 미달 등 강제 상장폐지는 대주주에게 지분 매입 의무가 없다. 대주주가 주가 하락과 상장폐지 요건 충족을 방치하면, 소액주주 지분 매입 비용을 피하면서 지배력까지 확대할 수 있는 구조다.

정부가 추진 중인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변수다. 이 법안은 주가가 기업 순자산가치의 80%에 못 미칠 경우 대주주가 상속·증여세 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춘 것으로 보고 세금을 30% 이상 가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이 상속·증여세 부담을 피하려 오히려 강제 상장폐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개인투자자는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면서) 정부가 차단하겠다던 고의 상장폐지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해진 상황"이라며 "주가조작에는 '주가 띄우기'뿐만 아니라 '주가 누르기'도 존재하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고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량 기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실제 경영 상황과 상장폐지 의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정성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단순히 시가총액이나 매출액, 주가 등 정량적 요건으로 기업을 걸러내는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며, 재무제표나 손익계산서 등 장부상 수치만으로는 실제 현금성 자산 보유 여부나 회계 조작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의 상장폐지 징후나 부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업 현장을 직접 점검하는 '실사' 절차가 필수적"이라며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출처=노트북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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