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프레피룩 유행 타고 1990~2000년대 디자인·로고 다시 주목
‘낡은 이미지’서 ‘헤리티지 자산’으로…장수 브랜드 Z세대 공략 강화

한때 ‘아빠 운동화’와 ‘엄마 청바지’로 불리던 브랜드들이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의 옷장을 다시 채우고 있다. 과거의 로고와 디자인이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감성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오니츠카타이거 매출은 1년 새 40% 넘게 뛰었다. 한때 낡은 이미지로 여겨졌던 브랜드의 역사가 매출을 끌어올리는 자산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2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아식스의 지난해 매출은 8109억엔(약 6조9866억원)으로 전년보다 19.5% 증가했다. 특히 오니츠카타이거 매출은 1365억엔(약 1조1760억원)으로 43.1% 뛰며 전체 성장률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아식스는 올해 매출도 전년보다 29% 늘어난 1조500억엔(약 9조46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식스의 반전은 최근 나이키의 부진과 맞물리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나이키는 전일 18년 만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100지수에서 제외됐다. 주가는 2021년 11월 고점 대비 약 78% 떨어졌고 글로벌 스포츠화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반면 아식스는 올해 매출이 전년보다 29% 증가한 1조500억엔(약 9조73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달라진 것은 소비자가 아식스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기능성 러닝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1990~2000년대 러닝화 특유의 실루엣이 패션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다. 1993년 처음 등장한 젤-카야노 시리즈 등 과거 디자인이 Y2K 유행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으면서 스포츠와 패션의 경계도 희미해졌다. 아식스가 기술력을 버리고 패션 브랜드가 된 것이 아니라 오래된 기술과 디자인을 지금의 스타일로 다시 읽어낸 셈이다.
1990년대 국내에서 청바지 브랜드로 인기를 끌었던 마리떼프랑소와저버도 비슷하다. 한동안 국내에서 존재감이 크게 낮아졌지만 레이어가 2019년 국내 판권을 확보한 이후 클래식 로고를 앞세워 젊은 소비자를 다시 끌어들였다.
실적도 뒤따랐다. 마리떼 등을 운영하는 레이어의 지난해 매출은 1919억원으로 전년 1507억원보다 27.4%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34억원에서 395억원으로 18.1% 늘었다. 국내에서 재도약한 데 이어 2024년부터는 아시아 지역 판권까지 확보했으며 현재 한국 90개, 해외 3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한물간 브랜드’의 반전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아베크롬비앤드피치다. 2000년대 몸에 붙는 티셔츠와 대형 로고, 젊고 마른 모델을 앞세우며 미국 10대들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이후 시대에 뒤처진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베크롬비는 2019년부터 현대 소비자에 맞춰 브랜드를 다시 정비했다. 이후 아베크롬비 브랜드 매출은 4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했고 2024년에는 처음으로 20억달러(약 2조7268억원)를 넘어섰다.
랄프로렌도 프레피룩과 올드머니룩 유행을 타고 젊은 소비층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폴로셔츠와 케이블 니트 등 수십 년간 이어온 대표 상품의 인기가 되살아나면서 직영 매장을 중심으로 신규 고객 650만명이 유입됐다. 신제품을 쏟아내기보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기본 상품이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 브랜드가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패션 유행의 빠른 순환이 있다. Y2K에 이어 프레피룩과 올드머니룩이 잇따라 부상하면서 슬림한 러닝화와 빈티지 로고, 데님, 폴로셔츠 등 과거를 대표하던 스타일도 다시 소비되고 있다. 과거 제품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Z세대에게는 부모 세대가 익숙하게 봤던 디자인이 오히려 새로운 스타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장수 브랜드가 이 같은 유행 변화에 대응하기 유리하다고 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오래된 이미지가 브랜드를 낡아 보이게 만드는 요소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차별화된 헤리티지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자산을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현재 소비자 취향에 맞게 어떻게 재해석하느냐가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