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재돌파ㆍPPI 발표에 인플레 압박↑
베선트 ‘바이백 승부수’에도 시장 회의론 확산

미국 국채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연 5% 선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통하는 5%마저 뚫릴 경우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증시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미국 경제 전반에 충격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ㆍ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964%로, 전일비 12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당시 10년물 금리는 같은 해 4월 3.3%대에서 불과 5개월여 만에 5% 선을 넘어섰다. 5% 돌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이었다.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16bp 상승한 4.59%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로 시장이 급락했던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이다.
장기물의 상승세도 가팔랐다. 미 30년물 금리는 장중 6.8bp가량 오른 5.36%까지 치솟아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렇게 미국 채권시장의 금리가 급등한 것은 급등하는 유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데다, 재무부가 첫 대규모 확대 바이백(조기매입) 과정에서 예상보다 적은 규모의 채권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미 국채금리를 밀어 올린 요인은 우선 고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다. 중동 정세 악화가 글로벌 공급 차질 우려를 키우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트레이더들은 분쟁의 핵심 요충지가 된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공격 증가와 미국과 이란이 갈등 완화 조짐을 보이지 않는 점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이날 발표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채권시장에 부담을 더했다. 유가 상승이 상품과 운송 비용 등을 거쳐 물가 전반으로 번질 경우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통화긴축 압력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모든 성인에게 1인당 5000달러(약 670만 원)를 지급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등 재정 확대 가능성도 국채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국채시장 안정책에 대한 회의론도 매도세에 기름을 부었다. 베선트 장관은 국채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전날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조기매입) 규모를 최대 60억달러로 기존보다 3배로 늘린다고 밝혔다. 이에 재무부는 확대된 첫 번째 바이백에 나섰는데, 최대한도 60억달러에 못 미치는 51억8700만달러 규모의 10~20년 만기 국채만 사들였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지난 6개월간 이어진 국채 매도세를 트럼프 행정부가 과연 진정시킬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커졌다. 이란 전쟁이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다 정부 재정적자를 억제할 뚜렷한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바이백만으로 장기금리 상승세를 꺾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DWS 아메리카스의 조지 카트람본 채권부문 대표는 “베선트는 총격전에 물총을 들고 나온 격”이라며 “현재의 부채와 재정적자, 인플레이션 우려를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미국 30년물 국채를 매입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프리미엄을 진정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베선트 장관으로서는 치솟는 국채금리가 미국인의 차입 비용을 끌어올리는 상황이 부담스럽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그는 지난달부터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 방침을 내놓으며 시장 안정 의지를 강조해왔다. 펀더멘털과 괴리가 커진 국채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였지만 이후에도 금리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의 투자 매력이 커져 주식 등 위험자산에는 부담이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동시에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져 주가의 밸류에이션에도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시장의 시선은 10년물 금리의 5% 돌파 여부에 쏠리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10년물 국채금리는 미국 금융시장 전반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기업의 회사채 조달 금리는 물론 주택담보대출, 한자금대출 등 가계의 차입 비용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CFRA 리서치의 수석 투자 전략가 샘 스토발은 “5% 금리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면서 “이 선이 무너지면 시장의 추가적인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백 확대를 계기로 미 재무부가 보다 적극적인 국채 관리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국채 발행을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운영해온 재무부의 기존 관행과 결별하는 것이다. 장기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고 재정적자 조달을 위해 단기 국채에 더욱 의존하는 방안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베선트 장관이 바이백 규모를 점차 확대할지 주목하고 있다.
하이라인 애셋매니지먼트의 벤 에먼스 채권부문 매니징디렉터는 “베선트는 시장이 계속 추측하게 만들고 있다”며 “시장은 금리를 더 끌어올림으로써 베선트에게 가진 카드를 모두 보여달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