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일 에너지 비축·공급 협력…파병 땐 국내법·국민 공감대 고려”

여야가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호르무즈 해협 사태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충격과 파병 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여야 모두 원유 수송로 확보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파병에는 국회 동의와 국민적 공감대, 장병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신중론에 무게를 뒀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본회의에서 호르무즈 사태를 두고 “에너지 위기는 국가 위기를 불러온다”며 정부의 비상 대응책을 물었다.
박윤주 외교부 차관은 “대체 수급선과 비축, 국가 간 비축물량 교환 문제 등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며 일본과도 에너지 공급 확보와 비축물량 교환 등 두 가지 경로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우리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중동에서 들어오는 만큼 한일 간 에너지 공동구매나 비축 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호르무즈 문제 역시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병에 대해서는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와 달리 현재는 국제사회가 전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라며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다. 박 차관은 “구체적인 파병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국내법 절차와 사회적 동의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 역시 호르무즈 파병에 신중론을 폈다. 김 의원은 “우리 유조선과 에너지 안보를 지켜야 하지만 파병했을 경우 장병과 유조선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고 전쟁에 끌려 들어갈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실질적 기여 방안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확보와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성이 있기 때문에 여러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미국이 요구한다고 해서 끌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중동뿐 아니라 대만해협까지 공급망 위기의 범위를 넓혔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사태로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는데 중국의 대만 침공과 미국의 개입으로 대만해협까지 봉쇄된다면 훨씬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태가 발생한 이후 대응하면 늦는다”며 “정부가 지금부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한 총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라며 “중국과 대만 간 상황을 예민하게 살피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대일 외교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도 거론하며 정부 외교의 일관성과 신뢰를 문제 삼았다. 이에 한 총리는 한일 양국 간 “신뢰와 소통, 지속적인 관계가 중요하다”며 오염수에 대해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과학적으로 세심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한미동맹과 전작권 전환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강 의원은 “안보는 과거에는 죽고 사는 문제였다면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까지 포괄한다”며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어느 하나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작권을 누가 행사하느냐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국가안보와 국민의 삶을 총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자주국방이 잘돼야 한미동맹도 굳건해진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첨단전에 대한 대응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제안보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광재 의원은 AI 교육·의료를 공적개발원조(ODA)와 결합해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드론 산업은 범부처 전략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총리는 “EBS 등 정부가 가진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AI가 학습하도록 하고 번역을 결합하면 해외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며 “AI와 보건·의료·농업 등을 묶어 각국과 협력 모델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